그녀의 테이블

2.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by 글쓰는 도예가 naBi



3월이 가고 4월의 인생 4막의 무대가 시작된지도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늘 이맘때면 정체모를 두근거림과 울렁거림,그리고 분주한 설레임이 가슴에 나비떼처럼 술렁거렸다.이런 가슴을 뛰게하는 그 무엇은 언제 부터 시작된것일까?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직 초등학교를 들어가기전 미운 일곱살난 유년의 설레임은 한달이 멀다하게 치뤄지는 집안 제사에 곁들여 따라 오는 친척 오빠들의 방문과 함께 시작된다.고만고만한 또래들이지만 시골에서 주름치마 입고 주름잡는 미모로 성장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배려에 도도한 상고 머리, 엣지있게 봉긋이 솟은 이마는 친척 오빠들의 관심과 귀여움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나는 한두살 많은 또래들보다.근사하게 중학교 모자를 쓰고,교복을 단정히 입은 장성 오빠만이 내가슴을 뛰게 했다.하지만 일곱살이 끝나고 초등학교를 들어가서 그 뛰던 가슴은 같은반 코흘리게 반장에게로 깨끗이 갈아탔다. 그리고 성년이 되기까지 늘 봄이 시작되는 계절에 순환에도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가슴이 술렁대는 설레임은 지속적으로 계속되었었다.

계절과 함께 미묘하게 요동치며 찾아오는 설레임이 있었다면,성년이 되어 겪는 미래의 불확실한 불안속에는 누군가의 말한마디가 내 가슴을 뛰게 하고, 거칠게 번져가는 봄의 산불처럼 가슴에 불이 났었다. 그리고 최초로 조물조물 내손으로 음식을 만들던 날, 어설픈 상차림을 올린 어린 신부인 내게 하신 어른의 첫마디는 “간이 딱 되었다”였다.지금이야 주부 9단에 10분에서 30분 사이에 얼렁뚱땅 만들던 음식들이 그때 그시절에는 왜이리 더디고 힘겨웠을까? 또한 치우고 나면 금방 돌아오는 “밥때”는 왜그리 빨리 오는지…매운 시집살이는 아닐지라도 “간이 되었다”라는 어른의 말씀 한마디는 나를 춤추게 했고,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한오지랖”의 평수만 넓히고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불안속에 끓여낸 냉이 된장찌게등…손가락만한 민들레, 씀바귀,돌미나리등은 쌉쌀한 향을 담은 봄의 상차림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그중에서도 봄의 끝자락과 함께 멀리멀리 초연이 여행을 가버릴 민들레의 어린잎은 쌈으로도 그만이었지만 새콤달콤하거나,또는 그 자체만으로도 봄동이 겉절이처럼 먹어도 쌉싸름한 그 향기에 또한번 살림을 잘하는 싹이 보일 칭찬을 듣는다.

그렇게 “간이 맞는다”라는 첫 말씀과 함께 성장한 나의 음식 스토리는 아직까지도 나를 춤추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었고,한솥 밥차려 다들 둘러모아 먹이는 평수가 100평쯤은 넓은 오지랖이 되었고,한번하면 조금을 못하는 “장영자”저리 가라는 “큰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나도 때로는 누군가가 내밀어 주는 소박한 반찬과 집밥이 그립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들러도 밥한그릇과 된장찌게,그리고 맛깔진 반찬과 함께 먹는 나의 주요 단골집 주인장 부부는 무뚝뚝하게 내미는 민들레 겉절이를 귀하게 내어주신다.그 귀한 마음 하나가 어찌나 감동되고, 찰지고, 맛있는지…정의 맛을 그 시간에 나와 함께 먹는 이의 삶의 스토리 또한 찰지고 내 가슴에 불을 지르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그 고마움의 답례로 훓다시피 싹쓸이한 민들레로 김치를 후다닥 담아 빨간 보자기로 싸고,미리 말린 꽃으로 장식하여 들고 방문한 그 집이 나를 기다린건 노모의 “따뜻한 밥상”이었다.보글보글 끓고 있는 두부찌게와 참기름 떨어트려진 명란젓등…12첩밥상?? 부럽지 않은 서울 사람의 특유의 깨끗함과 정갈함이 베인 그런 집밥다운 집밥이었다.여느 어른들이 그러하듯 당신의 밥을 내게 더 덜어 내시는 “정”도 기꺼히 넙쭉 받아 한그릇 뚝딱 비워냈다.더불어 내가 내민 민들레 김치의 칭찬도 함께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은 무엇이던가??나는 말한다.어느덧 중년을 넘은 나로서는 무작정 다가서는 설레임도 두렵지만,두렵다하여 애써 밀쳐 내고 싶지는 않다.비록 끝이 있는 설레임일지라도…고로 또 말한다.내 가슴을 뛰게하고,가슴에 산불을 낼것같은 사람들을 곁에 두라.아마도 그러므로 인하여 당신의 삷은 더욱 윤택하고 찬란하게 부서지는 봄햇살처럼 빛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