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테이블

7. 날갯짓이 시작된 닭봉 여사의 이유 있는 아침

by 글쓰는 도예가 naBi

소닥소닥 구구구… 하는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아직 체 마르지 않은 지면은 온몸의 충만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밤새 내린 비로 땅은 봄을 한껏 머금었고, 노랗게 피어난 여린 야생화는 수줍은 듯 고개 숙여 꼭 다문 꽃봉오리를 피울세라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설렘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참으로 살아볼 만한 감사한 시간이 아니던가. 더러는 쉼 없는 자신의 잣대로 숨차게 달려온 이들을 위해 기꺼이 불어넣고 싶은 참다운 아침이다. 또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스스로의 위로를 애써 숨죽이며 참았던 눈물조차도 오롯이 쏟아붓고 고백하고 싶은 시간이다.

우리는 마시고 먹고 잠자고 하는 생리적인 욕구에 충실한 나머지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사한 것들을 그냥 흐르듯 지나쳐 버리고 만다. 물론 소소함의 가치를 모를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때로는 “그럴 여유가 없다”라는 핑계로 다급히 외면 한 체 애써 현실이라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하루를 무겁게 또다시 시작한다.
“좀 더 나아지겠지”라는 최면에 가까운 주문과 함께 당신의 삶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나의 아침은 고요한 시간에서 시작된다. 영혼이 자유로운 꼬맹이를 모시고 사는 죄로 이른 새벽에 시작된 여유를 물린 체 다크 한 커피 한잔만 즐긴 채로 바로 실행!!! 꼬맹이를 깨우고, 도시락을 만드는 작업을 동시에 해가며 재빠르게 움직인다. 기껏 깨웠더니 나름 봄처녀 멋 부릴 터라 이 옷 저 옷을 벗었다 입었다 번갈으다 보면 우리의 부산한 아침의 역사는 다시 재조명된다. 하지만 방과 후 서로를 보며 다짐한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 내일부터는 지각하지 말자”라고…그러나 약속은 12시간 이내로 산산이 부서져 산화된 지 오래다. 그래도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동지애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다 도시락이 맘에 안 들면 볼멘 컨 프레인까지 들어가며…

그래도 가끔은 좀 더 특별하게 해주고 싶은 날들이 더 많다. 오늘처럼 신선한 닭봉을 하루 전날에 간장과 달콤한 소스들을 혼합하여 골고루 베이게 재어 놓으면 아침의 전쟁이 시작될 즈음에 350도에 해당되는 오븐에 안심하고 타이머를 한 시간에 맞춰놓고 움직이는 것이다. 그 움직임이 알레그로의 빠르기로 부산해질 때 다시 초벌구이가 된 닭봉에다 마늘을 듬뿍 넣고 만든 특제 소스를 골고루 입혀 20분 동안 우아한 컬러 브라운이 될 때까지 재벌구이로 마무리해준다. 간간히 벌어진 닭살에다 남은 소스를 흘려 마무리해주고, 형형색색의 파프리카를 썰어 버터 한 조각에 후다닥 볶아 찬밥 덩이와 섞어 다시 달달 볶은 다음 한숨 김이 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일상의 시작을 하기 위해 깨끗한 도시락에 가지런히 담고, 집을 나서기 전의 마무리 체크도 해둔다.
무엇을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중요한 과제는 마무리했는지…
또한 북적였던 아침의 결과 도시락에는 젓가락과 포크는 잘 챙겼는지…
우리는 잠깐의 아침도 자잘하게 산제 된 것들을 해결하거나, 버리거나, 손에 쥐고 가길 원한다. 하지만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때로는 손에 쥐고 가는 것들이 무의미할 때도 있고 잘못 쥐고 왔고라는 후회와 함께 맥없이 타이트하게 잡고 있는 것들이 일순간에 놓아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놓았던 것들이 주워 담아야 할지, 그냥 그대로 이별할 용기가 있는지에 대해서 또다시 잠깐의 망설임을 준다. 당신의 판단을 존중하는 나로서는 그저 울어도 당신의 삶일진대 줍던지 버리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필자의 아침이 이토록 파닥파닥 이유 있는 날갯짓은 분명히 살아 있다는 감사함에 대한 표현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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