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잿빛 하늘은 잔뜩 구름을 머금었고, 비가 오지는 않지만 고소한 전이 당기는 것은 왜일까? 머리 굵지 않은 파들을 손질해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50:50으로 섞어 걸쭉하게 물 조절을 한 뒤 달궈진 팬에 콩기름을 두르고 일단 파부터 정렬시켜 놓고, 그위에 반죽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메꿔준다. 기호에 따라 각종 해산물로 고명을 더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쪽파 자체에다 계란 한 두게 슴벙슴벙 적당이 풀어 부쳐내 쭉쭉 찢어 먹는 맛을 좋아한다. 일반 여느 잔치 음식에 주로 쓰이는 전에 비하면 쉽고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어 내 맘에 쏘~옥 드는 메뉴 중의 하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미국의 명절 Thanksgiving Day인데 그 퍽퍽하고 맛없는 칠면조보다는 훨씬 맛있다에 자신한다. 요맘때쯤이면 햄 등으로 주로 이용되는 칠면조가 때아닌 품절 현상이 돋보이는데… 우리나라 “추석”과 비숫한 이날엔 멀리 떨어진 가족이 모이고 가을에 풍족한 재료들로 따뜻한 음식을 만들고, 특히 커다란 터키를 오븐에 고소하게 구워 하루 종일 먹고 놀고먹고 놀고… 한마디로 가을에 풍요로움의 절정을 맘껏 즐기는 날이다. 그러고 보면 그네들이 즐기는 명절은 사뭇 우리나라 명절 하고는 많이 다른 문화인 것을 실감한다. 예부터 우리나라 잔치 음식에는 전이 빠질 수 없듯이 어린 시절 누구 집 잔치가 있는 날이면 온 동네 아주머니들 일손 거들고, 온 동네에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코 뭍은 우리들은 적당이 무리를 지어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 보면 ”옛다 이거 가지고 저쪽에서 먹고 놀아라”하고 뒤집힌 가마솥에서 부쳐낸 명태전을 내밀어 주시던 동네 아주머니의 훈훈한 인심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요즘처럼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모든 것이 그 옛날과 비교도 안될 만큼 문명화된 것들이 차고도 넘치지만 제사음식에 빠질 수 없는 각종 전을 부쳐내는 일이 여자들의 전유물인 것은 아직도 변하지 않은 듯하다. 요즘에도 말이 명절이지 시집간 며느리들에게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고된 노동의 대가를 치러 내야만이 각종 전을 맛볼 수 있다. 종류대로 조금씩 사 먹으면 좋으련만 이날만큼은 제대로 시어머님 호령이 불같으시다. 제사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며 대꼬 쟁이에 꿰어낸 산적부터 육류, 어패류, 채소류 등 각종 전감의 두께를 얇게 고르게 저미고 크기와 모양을 일정하게 하여 밀가루와 달걀물을 씌워 부치는 것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그 많은 양을 부쳐내려면 하루 종일 쭈그리고 붙어 앉아 불 조절을 해가며 인내로 열기와 싸워야 한다. 게다가 간간이 집안 남자들의 술안주까지 대령할라치면 중노동이 따로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맞이하는 손님에게 과시라도 하듯이 집안 내력의 “쩐의 전쟁”은 시작된다. 제사상에서 손님상까지 보는 여자들은 앉을 틈이 없이 움직여야만 한다. 그래서 그녀들에겐 방대한 양의 집안일과 음식 준비로 명절은 곧”노동절” 이 되고 만다. 명절에 늘 완성된 음식을 먹기만 하셨던…. 고추전이 먹고 싶다! 고구마전이 먹고 싶다! 하고 말만 하면 마법처럼 모든 전들이 완성품으로 입까지 도착하는 것을 먹기만 하셨던 남자님들은 아실까요?? 미국의 최대의 명절 “추수 감사절”의 넉넉함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명절은 완전히 변질되여져 남자들은 놀고먹고, 여자들은 장보기는 물론 기름에 찌들어 일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져 왔는데… 이렇게 필자가 역설하는 이유는 그 당연함을 바꿔보자는 목소리를 내어보는 것이다. 그 당연함보다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떠할까… 곧 다가올 “추수 감사절”부터라도 실행해보라!! 여자들에겐 당신이 함께한다는 든든함이 부서질듯한 어깨마저도 가벼워질 터이니…
TIP: 각종의 전을 바삭하게 부치고 싶으시다면 반죽에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넣어서 반죽해주면 더 바삭바삭한 전을 먹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