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먹으러 갈래여?

엄마의 대인관계

by 수아

이른 아침 아이들을 정신없이 한바탕의 전쟁을 치르고 등교시킨 후 하교 시간 전까지의 몇 시간이 엄마들에게는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신데렐라처럼 하교타임의 종의 울리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가야한다. 짧고도 소중한 이 시간에 모임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브런치 카페이다. 점심 전 이른 아침에서 점심 직후 잠시 만날 수 있는 곳. 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기에 마음이 통하는 엄마들에게 연락을 한다.

" 오늘 브런치 먹으러 갈래여?"


엄마가 되면 이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하고도 새롭게 관계를 맺게 된다. 나이도, 성격도, 살아온 배경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나이의 자녀를 키운다는 그 공통점 하나로 묶인다. 그런데 그 공통점 하나가 다른 수십 가지의 차이점보다도 강력하고 커서 금방 가족보다도 더 친밀해지기도 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어져 버리기도 한다.


힘들게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지쳐있을때에 엄마들을 알아갈 때에는 이 전우애(?)를 나눌 동지들을 만난 것만 같아 정말 재미도 있고 위로가 됐다. 이렇게 핑크빛으로만 우리의 관계가 지속되면 좋으련만.


엄마들과의 관계는 4중 관계다. 나, 자녀, 상대방 엄마, 상대방 자녀. 이중에 한 가지라도 균열이 생기면 쉽게 깨질 수도 있고 지속되기가 힘들다. 그러니 얼마나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관계인가. 이 4중 관계가 잘 맞는 엄마와 자녀를 만난다는 것은 로또를 맞은 것과 같은 행운이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때론 자녀들은 잘 안 맞지만, 엄마들끼리 잘 맞을 수가 있기도 하다. 이 경우에도 정말 특별히 잘 맞는 사이가 아니면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흔치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그 관계의 시작이 자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인가 싶다.


급속도로 엄마들과 친해지는 시간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고뇌와 시련의 시간도 찾아온다. 학창 시절과 직장 생활에서 산전수전의 인간관계를 겪어본 사람들도 엄마들과의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서는 예외가 없다. 자녀 때문에 발을 빼지도 넣지도 이 조심스러운 관계 앞에 나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일단은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아무리 잘해도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으니.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는 때로는 내가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혹은 둘 다 문제가 아니지만 서로 달라서 맞지 않는 관계일 수 있다. 결국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내가 맞는 사람을 서로가 알아가며 찾아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둘도 없이 가까웠던 그 엄마와 서로 다르고 맞지 않아서 어색해지는 시간들이 생길 수 있다. 마주치기만 해도 불편한 그 관계를 때로는 그냥 견뎌내고 흘려보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갈등과 불편한 마음이 싫어서 계속 그 사람에게 맞추려고만 한다면 반복되는 문제 속에 갇혀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가시방석 같았던 그 시간들이 지나가면 신기하게 그 불편함이 점점 덜해진다.


가장 중요한 관계는 나와 자녀와의 관계이다. 가정을 살피고, 자녀를 돌보아야 할 기본적인 시간들이 주변 의 무절제한 관계들로 계속 침해될 때는 우선순위가 뒤 바꾼 관계다. 빈번하게 엄마들과 수다를 떠느라 집안일과 아이가 방치된다거나, 방과 후 다른 집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기본적인 과제와 일상의 루틴이 계속 무너진다거나, 다른 가정과의 교제시간이 너무 잦아져 막상 남편이나 가족들과의 소통이 소홀해진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나와 자녀의 생활을 지키고 잘 유지하기 위한 적정선 지키기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깨달았다. 의존적이며 소모적인 관계는 오래가기가 힘들다.




상대가 먼저 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묻지 말자.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남편의 직업은 무엇이고 수입은 얼마인지/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친정과 시댁의 재산은 얼마인지/그 명품백은 얼마이고 어떻게 샀는지 등등 너무나 궁금한 그 질문들 말이다. 친해지면 결국 다 알게 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속도로, 상대방의 의지로 나누고 싶은 만큼 말하게 하자. 내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심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말이다.


엄마들과의 관계의 또 다른 특징은 어제까지 그토록 서운했던 그 사람이 오늘은 마치 절친이 된 것 같고, 어제까지 가족 같던 그 사람이 한없이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관계임을 기억하고 조심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자. 내가 이 사람에게 들은 말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말자. 신뢰는 내 스스로 만들어 간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면 아.. 역시 엄마들과의 관계는 힘들다 그냥 혼자 아이랑만 지낼래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사람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나를 위로해 주고 다시금 일어날 힘을 주는 관계도 바로 사람이다. 몇 번의 힘든 기억 때문에 모든 관계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말자. 정말 나와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 한 사람만 만나도 얼마나 수지맞는 장사인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 년 일 년 시간이 흐르면서 켜켜이 쌓인 그 엄마와 나의 관계의 시간은 우리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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