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외에 갈 때마다 가는 곳은

엄마의 취향 2: lululemon

by 수아

아이가 세 살때 쯤 여고동창 절친 중 한 명이 남편의 주재원 발령을 따라 캐나다 캘거리에서 3년 간 산 적이 있었다. 다같이 그 흔한 해외여행 한번 간 적 없는 여고동창 친구들과 함께 이번이 좋은 기회라 여겨 그 동안 모아두었던 곗돈을 탈탈 털어서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로키산맥이라는 평생 가볼까 말까한 대 자연의 여행지에서 막상 우리를 하나되게 했던 것은 따로 있었으니..


여고동창 친구들은 나를 포함 모두 4명인데, 그 중에 한 명은 패션과 유행에 민감하고 잘 안다. 운동도 좋아해서 운동복도 즐겨 사입고 디자인 감각도 대단한 편이다. 그 친구가 계속 캐나다에 왔으니 이 요가복 가게를 꼭 가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 당시 우리 나머지 3명은 운동복이나 유명 브랜드에 관심도 없었을 뿐 더러, 유명 관광지까지 와서 요가복 타령(?)만 하는 친구의 말에 솔직히 귀 기울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그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우리게 들리게 된 가게는 바로, 룰루레몬!!


그때 당시만 해도 이게 유명한 브랜드인지도 몰랐고, 약간은 이국적이면서 투박한 디자인에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라기만 했다. 자세히 보니, 그 당시 나와 같이 회사에 근무하셨던 선생님께서 편안한 데일리 정장으로 입고 오셨던 바지가 이 브랜드였구나라는 걸 알았다. 그 분은 미국 유학파 선생님이셨는데 아마도 이 브랜드를 익숙하게 접하고 알았던 게 아니셨나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룰루레몬은 '요가복계의 샤넬(?)' 이라는 별명을 지닌 요가복 매니아들에게는 꽤 유명한 요가복 브랜드였다. 샤넬처럼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외관은 아니었고, 깜짝 놀랄만큼 편안하고 심플했으며 가격이 꽤 비쌌다.


룰루레몬 매장 타령을 했던 친구를 구박했던 우리는 레깅스를 비롯한 이런 저런 옷들을 입어보면서 금세 이 브랜드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한국보다 가격이 싸고 종류가 다양하고 세일행사까지 진행되어 인당 몇 벌씩은 정신없이 샀었던 것 같다. 평소에 그렇게 쇼핑을 하지 않는 친구들인데 말이다. 정말 황당하게도 캐나다에서 우리 넷은 룰루레몬에서 하나가 되었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곤 한다. 나중에 캐나다에 잠시 살았던 친구가 한국에 귀국했을 때에도 우리에게 룰루레몬 제품을 선물로 나누어주곤 했다. 우리끼리 한국에서 볼때도 자주 룰루레몬 매장에서 구경을 하면서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룰루레몬 제품에는 브랜드 마크가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다만, 브랜드 특유의 핏과 색감, 디자인 느낌이 있다. 룰루레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유명한 디자인이나 스테디셀러 제품을 착용한 경우라면 저 사람 룰루레몬 입었다! 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의 반가움과 결속감이란. 아무도 몰라주고 티가 나지 않는데 이 브랜드를 당신도 아는군요 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반가운 친밀감이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편하고 깔끔해 보이는 편한 운동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인가보다 정도로 지나갈 것이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내 기준에서는 가격이 꽤 비싸다는 점이다. 내 경우에는 공짜로 백화점 상품권이 생기면 매장에 가서 평소에 사고 싶었던 인기 상품을 한 번씩 사곤 했다.


룰루레몬은 매장에는 굉장히 특유의 향을 지닌 좋은 냄새가 난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룰루레몬 매장의 향이 무엇인지 물을 정도이고 그 향은 영업 기밀이라 알려주지 않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소문도 있을 정도다. 매장에서 과하게 친절하지 않으면서 밝은 미소와 친절한 말투로 도움을 주는 매니저는 요가 강사 출신인 경우가 많다.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좋은 인상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룰루레몬에서는 요가 강사 자격증을 지닌 소비자가 구매할 경우, 일정 비율 할인을 해 준다고 들었다.


나의 룰루레몬 사랑은 해외에 가서도 계속 되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룰루레몬의 매장은 항상 있었다. 나라별로 제품의 디자인이나 재고가 약간씩 다르고 한국에 없는 제품들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시아 국가들에는 아시안 핏이라 해서 좀더 바지의 길이가 아시아인의 형태에 맞게 디자인이 되어 판매되기도 한다. 룰루레몬의 부츠컷 형태의 아시안 핏 그루브 팬츠의 경우, 해외로 출국할 때마다 나만의 공항 패션이다. 배도 편하고 활동성도 편해서 장시간 앉아있는데도 입기가 좋다.


룰루레몬 운동화의 경우 뉴욕 매장에서는 있었지만 한국에는 아직 신발은 입고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뉴욕에서 내가 유일하게 쇼핑한 물건은 바로 룰루레몬 운동화였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년 중 반 이상을 그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왜 그렇게 그 운동화가 내 눈에는 좋은 지 모르겠다. 한국에 없는 제품을 내가 먼저 샀다는 뿌듯함과 뉴욕이라는 여행지에서의 설레임의 추억이 깃들여서 일까. 이 운동화가 룰루레몬 운동화라는 건 내 주변에 남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나의 만족일 뿐.


뉴욕 맨하튼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경험 중 또 하나는 룰루레몬의 스몰 크로스백을 너나할 것 없이 메고 다니는 것이었다. 첨에는 유행하는 가방인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룰루레몬의 크로스백이었다. 여행 도중 나도 사서 현지인의 느낌을 내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그만큼 룰루레몬의 인기는 외국에서 한국보다는 보다 대중적으로 퍼져있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하남과 잠실, 명동 정도만 매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스토어가 생겨났다. 내 주변에 있는 백화점에도 곳곳에 입점해 있다는 사실이 그 인기를 반증한다.


캐나다로 친구들과 여행했던 추억에 그 브랜드가 있었고, 지금은 실용성 이상의 의미를 내게 지닌다. 그때의 경험이 즐거운 추억으로 내 마음에 남았고, 이 브랜드를 볼때마다 떠오른다. 그때의 경험으로 난 또 다른 나의 취향을 갖게 된 셈이다. 나는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지만 '브랜드'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 그 이상으로 때로는 나만의 특별한 추억이 담기기도 하고,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자기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내 삶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성향을 담기도 한다. 한국에 와서도 여전히 나는 혼자, 혹은 친구들과 같이 이 곳을 둘러본다. 비록 주머니 사정으로 자주 사지 못할 지라도 함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요가도 하지 않는 내가 요가복에 대해 이렇게 길게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앗 그러고 보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와 바지도 룰루레몬이었네?



[참고]

* 룰루레몬: technical apparel + athletic shoes | lululemon
* 룰루레몬 코리아: 룰루레몬 공식 온라인 스토어 | 룰루레몬 (lululemon)







매거진의 이전글이전에 몰랐다가 새롭게 보이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