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과라 영어 잘하시겠어요.

엄마의 진로지도 5

by 수아

대학시절, 같이 교양 수업을 듣던 영문과 학생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가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던 기억이 난다. 주변 사람들이 하도 영문과라고 하면 영어 잘하냐고 하는 말이 부담스러워서 자신은 절대 자기 전공을 말하지 않거나 숨기기까지 한다고 했다. 나는 잘하면서 괜히 겸손하신 것 아니냐 말했더니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 주었다. 자기도 실제로 영문과에 오기 전까지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른 채로 그냥 영어를 배우고 익혀서 잘할 수 있는 과이겠거니 해서 점수에 맞춰서 입학을 했다고 한다. 약간은 영어학원을 다녔던 마음의 연장선처럼, 영문과에 와서 적당히 수업을 받고 졸업하면 취업도 어느 정도는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결정했다고. 막상 영문과에 와서 공부를 해 보니 자기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영어영문학과는 즉 영어로 된 문학작품(시, 소설)을 깊이 있게 배우고 공부하는 전공이라는 것이다. 자기는 고등학교 때 문과를 택했지만 문학과 관련된 흥미는 전혀 없었고 국문학과는 한 번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어인 영어로 배우는 문학작품이라니. 너무 흥미가 없고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것이다. 자기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영어공부를 하는 전공도 아니어서, 막상 실제적인 듣고 말하는 영어공부는 학원에서 따로 배우거나 어학연수를 고려 중이라는 고민도 털어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 학생이나 부모나 해당 전공에 대한 뚜렷한 목표나 조사 없이 막연한 생각과 감(?)으로 전공을 선택한 경우가 과거에는 얼마나 많았는가. 대강의 배경지식과 다른 사람의 조언으로 선택한 전공을 학생이 잘 적응하고 지낸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의 기회비용(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기 위한 재수나 반수, 편입을 위한 노력, 전과를 위한 학사행정의 에너지 등)은 정말 안타깝다.


고등학교 때 곧잘 공부를 잘해서 취업이 잘되는 공대로 입학을 했던 내 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과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왔지만, 막상 배워보니 전공의 과목과 내용들이 너무 생각했던 것과 달랐고 적성에 맞지 않았다. 전과를 고려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잘 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4년의 학업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였다. 여러 가지로 뛰어난 지적인 능력과 태도를 가진 아이였는데, 맞지 않는 전공으로 인해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많이 마음이 아팠다.


하긴, 학부 때 재수까지 해서 고민 끝에 경영학부로 입학했지만, 뒤늦게 경영과목에서는 회계, 통계, 재무, 생산관리 등 여러 가지 수학적인 감과 수치를 해석하고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던 나도 그랬구나 싶다. 어쨌든 이런 안타까운 사례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도 이 페이지를 다 쓰고도 남을 만큼 차고도 넘친다. 대학에 와서 전공이 잘 맞고 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좋아하는 학생들보다는 왜 이 전공을 왔는지 모르겠다며 학업에 대한 어려움, 전공에 대한 부적응과 방황, 다시금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려는 모습을 훨씬 많이 봐왔다.




당장 입시를 치러야 하고 대학을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러한 시행착오를 좀 줄일 수 있을까? 나는 입시컨설팅 전문가는 아니니, 일반 학부모의 입장에서 접근이 가능하며 실천해 볼 수 있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나누어 보고 싶다.


1. 일단은 관심 대학의 전공 교과과정의 홈페이지 사이트를 살펴본다. 너무 쉬워서 실망했는가? 그런데 이 쉬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막연한 전공에 대한 기대와 감으로 학과를 결정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4년이라는 엄청난 시간과 학비, 미래 진로의 가능성을 투자하는데 5분 정도의 클릭은 해 볼 수 있지 않은가? 아까 내가 대학시절 만났던 그분도 아래와 같이 해당 전공교과과정을 살펴보았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떤 과목을, 어떤 전공을 지닌 교수님이 계시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이미지 출처: 한국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S대의 영어영문학과 홈페이지에서 참고해 보았습니다)


2. 아이와 함께 관련 전공서적을 파는 대형 서점으로 가서 해당 전공분야의 서적을 미리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무엇을 배울지 미리 구체적인 감을 잡아보게 한다. 이것도 너무 쉬운 방법이라 시시한가? 그러나 아이에게 보다 명확하게 향후 공부할 과목과 지식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하는 실제적인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경제학과를 가려고 했던 학생이 있다면 경제학 전공 관련 서적 코너를 가서 실제로 배우는 과목들에 대한 전공서적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실제로 배우는 과목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훨씬 수리추론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며, 수학적 감각과 능력이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많이 착각하는 심리학 전공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심리테스트가 인기를 얻고 있어서 심리학과는 뭔가 사람의 성격이나 관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교양 정도로 만만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과학적 영역의 측정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이과적 특성(?)을 지닌 전공이라는 사실도 입학 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행착오가 덜하다.


3. 국가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많은 돈과 시간, 전문가를 통해서 만들어 놓은 사이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혹은 너무 쉽게 무료로 제공되는 정보라서 열심히 잘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커리어넷, 한국고용정보원, 직업능력개발원 등은 진로 및 취업, 직업 정보에 대한 다양하고 유용하며 학문적 정보를 무료로 다수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학생들이 전공을 탐색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곳을 하나 소개해 본다.

취업지원 > 취업가이드 > 학과정보


위 화면을 참고해서 보면, 관련된 학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들을 다양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료는 아니다. 우리의 세금으로 내로라하는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조사하고 정리해서 만들어 놓은 내용들이다. 이런 정보만 참고를 해도 막상 대학을 가서 전공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당혹감들을 조금은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대학은 자신이 원하는 학문의 분야에 대한 진리탐구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 단순히 취업을 잘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 맞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동의는 하지만, 오늘 끝이 이나지 않을 것 같아 지금은 논외로 하겠다. 당장 대학에 가고, 적응하는 우리 아이들의 고민에 대한 단기적인 안목으로만 일단은 접근을 해 보았다.


한국 대학의 특이하고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는 해당 전공의 커리큘럼(교과과정, 전공 교수진 등)은 그대로인데 이름이나 포장을 바꾸어서 마케팅적인 요소를 덧입힌 후 신입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런 상술이 실제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먹혀들어서 해당 대학의 입학경쟁률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해당 학교의 하드웨어(교수당 학생재적 비율, 공간, 시설 등)와 소프트웨어(교수진 등)와 동일한 상태인데 어떻게 획기적인 신설 전공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 기존에 유사한 전공을 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혹할 수 있는 네이밍 전략을 쓴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결국 살아보니 전공이 전부는 아니더라라고 말하고 싶긴 하다. 앞으론 더더욱 그러하겠지.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진학을 결정한 이상, 전공은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4년간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할 학교의 전공이라면 대강은 무슨 공부를 하는지는 알고 가야 하지 않겠나.


전공이 전부는 아니지만, 인생의 중요한 시발점이자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학부의 전공을 통해 배웠던 학문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관점, 태도, 기초 지식 등은 확실히 그 이후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므로. 고민하고 결정했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 전공의 깊이와 매력에 빠져볼 수 있기를! 재미있고 흥미 있는 과목뿐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과목들까지도! 다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될지니. 그래서 그 과목을 배웠던 거구나! 무릎을 탁 칠 순간들이 있을 테니.



[참고]
*대학 전공 진로 관련 가이드: 취업지원 > 취업가이드 > 학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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