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글쓰기의 원동력
이전 글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3년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는 야심차게 달랑 세 편의 글을 쓰고 글쓰기를 멈추었다. 너무 완벽하게 글을 써서 올리려는 욕심과 열정에 내가 지쳐서 결국 그 이상의 글을 써 내려가지 못했다. 함께 브런치 작가가 되었던 동기들 중에는 꾸준히 글을 써 가고 자신만의 책을 내며, 서로를 동기부여하면서 성장해가고 있었다. 실제로 책을 냈다는 그 사실 자체보다도 그 성장의 분위기와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참으로 컸다. 오프라인 모임이나 카톡방에서 많은 대화가 오고가더라도 선뜻 끼어들지 못했다. 글도 쓰지 않으면서 뭘.. 이라는 마음이 컸다. 결국 브런치 작가는 되었지만 나는 실패했구나 라는 생각이 컸다. 아쉬움과 씁쓸함이 있었지만 뭐 딱히 어쩌지는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서 시간은 흘렀다.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금 글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학교 엄마들을 만나 영어필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필사모임은 이제 글쓰기 모임과 독서모임으로 확대되고 성장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나는 다시금 두번째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이 모임 속에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은 있지만 글을 쓰지 못하는 엄마들을 보면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공감도 되고 도움을 주고도 싶다. 그 분들도 나 처럼 글을 쓰기까지 그분들만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싶다.
지난 번 모임 때, 글쓰기에 대한 서로의 고충과 좋았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왔던 이야기가 지금의 내가 열심히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과거에 그렇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함께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마음 속에서는 과거에 한번 실패하고 다시금 시작하는 두번째 출발이었던 셈이다. 나는 다른 분들보다는 조금 더 간절했고, 잘해보고 싶었고, 되돌아가지 않고 싶었다. 예전의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기들과 함께 글을 써 내려가고 싶었고, 글을 써가며 성장하는 기쁨과 그 교제에 동참하고 싶었고, 차곡차곡 글감을 모아가고 싶었던 그 마음이 간절하게 내 마음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예전의 그 시행착오와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너무 식상했다. 실패한 사람에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위로의 말 같이 들려서 솔직히 싫었다. 추상적으로는 와 닿았지만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실패했기 때문에 절실했다. 비단, 글쓰기 뿐 아니라 내 삶에 겪고 있는 수 많은 일들도 마찬가지이다. 다시금 돌아갈 수 없기에 버티고 맞섰다. 어떠케든 붙들어야만 했고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실패의 경험없이 똑같이 시작했다면, 혹시나 더 좋은 길이 있을까 싶어 도망가거나 다른 길을 찾았을 것 같다. 놓아버렸을 것 같다. 그럼 실패한 것이 실패가 아니었네?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 것이구나. 꿈을 이루어 가는 삶을 위해 가는데 필요한 그 '절실함'이라는 것은 내가 과거에 사무치게 후회하고 아쉬웠던 '실패의 경험'이 내 안에 바탕이 되어 만들어졌구나.
수 많은 고난과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내와 열정은 과거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좌절감과 실패로 간절함을 만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의 나는 과연 그러한 절실함이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현재의 조건과 환경이 아니라, 내 삶은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내 내면 속에서 얼마만큼의 절실함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가? 그 절실한 마음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들이 보기에 지금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경험들이 나의 내면의 절실함을 더해간다면, 그것이 이미 나의 삶 전체의 또 다른 성공의 발판을 만들어 가는 흔적이 될 것이다. 그 실패의 경험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는 더욱 간절할 것이며, 더 버텨낼 것이며, 더 열정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쩍 다시 빨리 일을 해야 하나라는 조급함이 생겼었다. 남편은 나이가 들어가면 언제까지 조직생활을 할 수 있을 지 보장할 수 없고 엄마인 나는 중년의 나이를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점점 커가면서 더 많은 돈이 들텐데 하루 빨리 다시금 직장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마음이 또다시 불쑥 들었다. 이제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 따위는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 이 가정을 지키고 아이가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과 양육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가리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불안하다. 그 동안 너무 안일하게게 남편이 갖다준 월급으로 살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도 된다. 다시금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과 불안함이 나를 흔들어댄다.
어설픈 육아와 살림을 감당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무력한 시간들은 얼마나 나의 절실함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을까? 그 절실함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언젠가 나는 좀더 그 자리와 그 일 속에서 성장해가겠지. 지금 내가 보기엔 조금 느리고 더뎌 보일지라도.
그나마 감사한 것은 ‘글쓰기'라는 이 친구가 바로 내 옆에서 나의 절실함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준다.
지금의 내게 글쓰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지
싶다. 글쓰기를 통해 다시금 일어서고, 꿈을 꾼다.
절실한 마음이 들때 마다 나는 다시금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