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이즈 본'
머리속을 맴맴 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떠오른다. 멜로디와 리듬 그리고 가사가 레이디 가가의 절절한 목소리와 함께.
한번도 노래를 기억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오히려 반대이다.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떨쳐버리려고 하는데 자꾸 떠오른다.
반면 대학교 때 중국어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나의 기억력에 호되게 당한 때가 떠올랐다. 난생 처음 배우는 중국어인지라 알아야 할 단어 양이 어마 무시했다. 며칠을 잠은 커녕 밥도 못 먹고 머리속에 우겨넣었다.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그래도 쓸만은 한 머리라고 한 믿음이 단 1초만에 무너졌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도대체 뭘했는지 모를 정도로 내 머리 속은 완전히 하얘져 있었다.
영어 학습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문법을 외워도, 단어를 외워도, 문장을 암기해도 도대체 떠오르지도 기억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사실 궁금하다. 기억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 - 모차르트 음악을 들은 이들은 지능과 공간지각력에 향상을 보였다고 하여,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기가 한창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진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진짜 똑똑해질까? Claudia Hammond 가 BBC future 를 통해 밝힌 실험결과에 따르면 모차르트 효과를 밝힌 실험이 소수의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점에 주목한 연구자는 8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이랬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블러(Blur: 영국의 록밴드) 음악을 들은 사람들에 비해 기억이 월등하지 않았다. 오히려 블러에 노출된 사람들이 성과가 더 좋았다!.
음악이 기억을 향상시키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것이 모차르트이여야만 할 필요는 없다. 무슨 음악이든 좋아하는 음악이면 된다.
지능에 음악이 도움이 된다는데, 그럼 영어등의 외국어 학습에도 음악이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 그렇다. 노래는 그 안의 가사를 기억하는데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 리차드 그레이Richard Grey 가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Telegraph>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에딘버러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어나 표현을 노래하면서 배웠던 성인들은 말하기에서 2배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헝가리어 학습을 예를 들어 언급하면서
리듬을 가미해서 노래하거나 말했던 단어는 단지 듣기만 하는 것 보다 단기기억 장기기억에서 모두 높은 결과를 보였음을 밝혔다. 심지어 노래가 뇌손상으로 기억력을 잃은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니 음악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보다 크다.
음악은 기억을 자극하는 또 다른 단서가 되어 가사를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다.
by Andrew Atarck <The Teacher>
나도 사실 영어가 발동(?) 된 계기는 노래였다. 존레논, 백스트리트 보이즈, 보이즈 투 맨, 테이크 댓 등의 음악 덕에 영어가 오래동안 내 덕질이 될 수 있었다. 지금도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비결을 묻는 이들에게도 역시 노래를 추천한다. 특히 중고등학교 내내 글 위주로 영어를 배우는데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소리"와 "재미" 를 두루 갖춘 노래라는 매체를 강력하게 추천하게 된다.
노래에 나오는 단어, 모든 문장을 깨알같이 모조리 다 이해하고 외워버리지 않아도 된다. 노래로 영어를 익히시라는 추천을 드린 많은 한국인들이 노래를 100% 이해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가사를 써가며 고시공부하듯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문제는 그러면서 대개 포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어노래를 배우는 것은 노래를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서 더 재미있게 수월하게 내용을 기억하기가 목적임을 기억하자. 마음에 드는 구절, 끌리는 멜로디에 실린 가사 만 흥얼흥얼 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로 Tell me something, boy. 로 시작하는 가사와 고백하듯 뿜어져 나오는 I never meet the ground. 정도만 기억에 남아도 성공이다. 이렇게 시작하면 어느 순간 이 노래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모조리 다 외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노래를 만나게 된다. 그 때가 되면 한곡을 줄줄 외우며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험공부하듯 책상에 나를 붙들어 매지 않아도 말이다.
영어 학습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쫒기듯 모든 걸 다 마스터 해 버리겠다고 다짐하지 않아도 된다. 꽂히는 구절, 왠지 끌리는 멜로디에 실린 가사라면 자연스레 내 입으로 그 가사를 선율에 담아 부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귀에 스피커가 따라다니는 듯 하다. "I never meet the ground."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와 함께.
ps. 무슨 노래로 배워야 하나요?
사실 가장 효과가 좋은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모차르트 효과가 블러 효과에 패배(?) 한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이 블러의 음악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 아닌가 라고 추측해 본다. 내가 레이디 가가의 절절한 가사가 머리속에서 맴도는 건 그 내용에 공감하고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입장에서 접근했을 때 좋은 노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내가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빠르기 일 것.
둘째, 내가 마음에 드는 노래 일 것.
그래도 전 뭘 들었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내가 주로 꽂혔었던 노래는 웨스트 라이프, 백스트리트 보이즈, 마이클 런스 투 락, 보이즈 투 맨, 올포원 등의 노래와 라이언킹,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등의 뮤지컬 노래 였어요.
어떻게 골랐냐고요? 닥치는대로 듣고 맘에드는 노래는 무한 반복했어요. 어떻게 계속 했냐고요? 공부가 아니었으니까요

써니윤의 영어 그리고 음악 이야기
* 써니윤 페이스북
* 써니윤 팟캐스트
* 참고문헌:
The Teacher
https://teacher.pl/en/can-music-really-improve-language-fluency-by-andrew-starck/
A Star is Born 삽입곡: Shallow
https://www.youtube.com/watch?v=bo_efYhYU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