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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Apr 08. 2020

차이를 만드는 한끗차이

"오라고 했는데 진짜 왔어!"


가까이 지내던 프랑스 가족이 다시 폴란드 우리 동네에 방문한다기에 무심결에 한 말이 시작이었다. "우리 동네 올 일이 있다고? 우리 집으로 와"라는 말은 아이 4명과 부부까지 해서 총 6명과 함께 생활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그 한국 가족은 프랑스 친구의 급작스러운 2박 3일 방문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와, 나 같으면 아무리 상대가 그리 얘기해도 차마 못 올 텐데 진짜 오네"라는 말에서 서양인들과 우리 간의 '진짜 말의 의미'를 전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말 그대로 진짜 등장해 버린 이들은 자신들이 쓸 수건과 침낭 그리고 아침식사 거리까지 챙겨 왔다. 우리 같으면 머무는 집에 신세를 질 법도 한데 이들은 정말 '공간만 이용'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말을 액면 그대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우리는 말의 이면의 내용, 그리고 말에서 미쳐 표현되지 않은 행간을 읽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차 좀 드시겠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보통 이런 경우엔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한 두 번은 더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괜찮다고 하는 나에게 그들은 두 번 다시 권하지 않았고, 나는 결국 목마름을 견뎌야 했다. 처음엔 야속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냥 달라고 말한다. 부탁하는 미안한 마음을 접고 대신 고맙다는 말을 붙인다.


그들은 상대가 거절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며 존중하는 의미로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드러난 액면 그대로를 보는 그들과 달리 우리는 드러난 말뿐 아니라 '정황'을 읽으려 한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눈치는 관계에서 꽤나 중요하지 않는가. 눈치를 굳이 영어로 하면 reading the air.  공기를 읽는다니 그들이 보기엔 우리가 거의 도사급의 사람들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눈에는 그들은 목마를 나를 방치(?)하는 눈치 없는 사람들일 수 있다.


와도 된다고 말했으니 와도 되는 것이고, 머무는 것만 언급했으니 수건과 아침 먹을거리까지 챙겨 온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로 받아들이는 이들과 우리 간에는 분명한 온도 차이가 있다.




토종 한국인인 나도 대화할 때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묘사하라고 할 때가 그렇다. "보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왜 굳이 설명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이 때뿐이 아니다. 어제 본 친구인데 굳이 오늘 만나면서 "네 얼굴 보니 좋다"라든지 내가 초대한 친구가 집에 왔을 때, "와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말하는 상황에 적응하기까지 손발이 오글거리는 마음을 몇 번이고 눌러야 했다.


이들 눈엔 우리가 침묵도 말의 일부로 쓰는 것으로 보였나보다.


신기한 것은 이 같은 차이는 우리뿐 아니라 그들도 느꼈다는 점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굳이 일일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는 '저맥락 사회', 우리와 같이 구구절절 일일이 말하지 않는 분위기는 '고맥락 사회'라 불렀다. 그들도 우리의 표현방식이 달라 보이긴 했다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은 의사소통 방식에 있어서 양극단에 있는 대표적인 나라라는 것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는 대표적인 저맥락 문화, 우리나라, 일본, 인도네이사의 경우는 고맥락 사회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이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내 눈에 신기했던 것도 이 사람들은 왜 이리 말이 많을까 였으니 에드워드 홀도 이러한 문화 차이에 공감했지 싶다.


"제가 여기가 완전히 처음이라서 그런데요, 아이한테 설명하듯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미국인이  인도에서 길 안내를 제대로 받으려면 이리 말해야 한다고 한다. 미국인 편에서는 고맥락 사회의 사람들과 대화하면 설명이 충분치 않은 모양이다. 우리가 그들을 보면 굳이 뭐 저런 얘기까지 하나 싶은 마음과는 반대편 입장일 것이다.


우리는 영어권 사람들과 말할 때는 세세히 그리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더 구체적으로 더 자세히 표현해 주어야 더 소통이 쉬워진다. 적어도 영어로 대화할 때는'침묵은 금' 이 아니다. 우리가 '괜찮다' 고 하면 진짜 괜찮은 줄 아는 것이 그들이더라. 겉으로 드러내 표현된 말 자체가 중요한 그들, 드러나지 않는 정황까지 읽는 능력이 필요한 우리 간의 차이이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신박한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그들처럼 말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다. 내 마음과 생각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말이다.



그들과 말이 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 이 말을 배우는 핵심 중 하나이다. 특히 의사소통 방식에서의 영어 문화권과 다른 쪽 극단에 위치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굳이 말로 꺼내서 집어내어 전하는 '깨알 정신' 이 필요하다. 계속 끄집어내어 말로 표현하는 '수다 정신' 은 실제 대화에서 어떤 토플 단어장 보다 위력이 큼을 경험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단지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워서 이 둘을 짜깁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 작업이 아닌 복합적인 예술이다. 우리말과 영어를 단어만을 바꾸어 놓는 것이 아닌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익히는 여정이다. 각종 번역기로는 도저히 마음을 나누는 진짜 소통을 할 수 없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차이를 만드는 한 끗 차이, 단어보다 그들 처럼 말하는 '수다 방식' 에 있다.

영어 배우기, 설레는 일이다. 또 다른 문화권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니 말이다.



 


진심을 전하는 도구로서의 영어 배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는 <한국어는 00 위주의 언어, 영어는 00 중심의 언어이다.>가 이어집니다.










작은 행동으로 습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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