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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Oct 18. 2017

그들만 아는 영어 비결

폴란드 수능, 마투라 영어를 직접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앞부분에 요약에 해당하는 결론은 뒷부분에 있습니다.


역사가 꼭 하루만에 모두 이루어져야만 할까?(수능은 체력전?)


폴란드의 수능인 마투라 영어 시험지를 열어보았다. 매년 5월에 치뤄지는 마투라는 폴란드 고등학교의 졸업인증 시험이며 이 점수는 대학 입학을 결정 짓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필수과목은 3개 즉, 폴란드어, 수학, 영어로 이루어져 있고 진학하는 전공이나 대학에 따라 화학, 지리 등 다양한 과목을 선택한다.


우리나라 수능과 눈에 띄게  다른 것은 각 과목마다 각기 다른 날에 치뤄진다는 것이다. 5각기의 과목의 시험 일이 다르므로 5월 전체에 걸쳐서 마투라 시험이 흩어져 분포되게 된다. 예를 들어 영어 시험으로 지목된 날엔 120분 동안 영어 문제만 풀고 돌아가면 된다.듣기 독해 쓰기는 시험당일 주어진 120분 안에 풀면되고 나머지 스피킹은 각 학교에서 중앙 표준화된 시험문제로 실시된다


영국식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폴란드 출신 영어강사인 카샤와 우리나라 수능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우리나라 수능은 일년에 하루 날을 잡아서 모든 과목을 하루에다 치룬다고 하자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그 날 아프면 어떻게 해?"


난 그냥 "할 수 없지. 1년을 다시 기다려야지."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지만,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결정할 수 있는 시험이 단 하루의 컨디션에 달렸다는 사실이 좀 가혹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좀 씁쓸해 졌다.


또 우리나라 수능은 학생의 학업능력 이외에도 체력과 장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도 수능 결과에 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도 싶었다.


단 120분만 집중하면 되는 가뿐한(?) 폴란드 수능 마투라의 영어 시험 한 번 체험해 보도록 하겠다.



영어시험의 수준을 학생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마투라의 영어시험은 두 가지 난이도로 나뉘어져 있다. 쉬운 시험인 기본형 마투라는 필수과목으로 모두가 치뤄야 하지만, 언어관련 학과 관련 전공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고급형 시험 점수까지 있어야 해당 전공으로 지원할 수 있다.



기본형 마투라 영어=물 마투라?

: 의사소통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시험


기본형이라 우습게 알았는데 우리나라 수능 영어와 비교해서 물수능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독해는 수능보다 쉬웠고, 듣기는 기본형 마투라임에도 수능보다 난이도가 있었다.



기본형 마투라 영어 시험의 듣기(상)와 독해(하)의 일부





듣기 파트에서 수능과 두드러진 차이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꺼번에 듣고 기억해야 할 정보의 양이 많았다. 단발적으로 한문제당 한 대화세트로 끝나는 대신 단숨에 긴 내용을 듣고 질문에 답하는 식이었다.


둘째, 선택지에는 영어만 등장한다. 지문이 자국어로 쓰였다는 점은 폴란드 한국 양국의 수능이 같았지만, 일닫 듣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영어만 듣고 영어만 읽는 식의 몰입 시험유형이 시작되었다.


듣기는 수능보다 난이도가 있었음에도 놀랍게도 독해는 수능보다 훨씬 쉬웠다. 특이한 점은 지문이 실제 원어민들이 읽는 자료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뉴스의 기사라든지 블로그의 내용 등을 일부 재 구성한 것으로 매 지문의 말미에는 본문의 출처가 기록되어 있다.




2017년 5월 마투라 영어 쓰기 파트의 문제이다.

유명한 배우를 회의장에서 만났다.이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보도록 설득하는 내용의 글을 쓰라


80-120자 사이로 써야하는 이 문제는 마투라가 찍기식으로는 절대 고득점 할 수 없는 시험임을 말해준다. 시험 당일에 제시되는 문제를 보고 나의 어휘력, 문법에 논리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쓰기 시험을 위해서만이라도 영어 문법은 철저히 "사용하기 위한 도구"로 배워야 한다. 단어를 바르게 배열하여 완성된 의미의 문장을 만드는 법칙으로서 문법만이 이 시험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듣고 기억해야 할 내용이 많은 듣기, 실제 쓰이는 영어 지문을 독해 시험 문제에 수록한 것만 봐도 기본형 마투라가 얼마나 의사소통의 기능에 중점을 두어 설계된 것인지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마투라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는 영어를 듣고 말하고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여정의 일부가 된다. 마투라 시험이 실제 영어가 쓰이는 상황에 가깝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영어로 된 웹페이지를 읽고, 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등 영어를 사용하는 일련의 생활이 마투라 시험에 담겨있다.



급형 마투라 = 찍기는 통하지 않는다

: 보다 능숙한 영어 활용을 위해


고급형 마투라가 수능영어 듣기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기본형 마투라의 듣기가 이미 수능 영어 듣기보다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독해 파트이다. 무시무시하게도 고급형에서는 독해에서도 내가 직접 글로 써 넣어야 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이 시험 유형에서 선택지는 아예 없다.  이런 유형은 우리의 수능에는 없는 내용이다. 즉, 마투라 영어에서는 4지 선다 식의 찍기로 고득점을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고급형 마투라 영어 시험의 듣기(상) 와 독해(하)의 일부



쓰기도 만만치 않다. 기본형 영어 시험에 비해 훨씬 묵직한 주제의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내야한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다음 두가지 주제 중에 골라 250자 이내로 쓰시오..
1. 어린이들이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의 장단점을 논하라.

 2.  규칙을 지키지 않는 등산객들에게 위험한 상황과 이를 야기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쓰고 책임있는 행동를 장려하기 위한 아이디어 피력하라.


단순히 단어 실력 뿐 아니라 문장을 구성하여 설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측정하는 시험이다. 우리나라 수능에는 전혀 없는 부분이라 채점하는 기준이 더욱 궁금했는데, 쓰기 시험지 하단에 득점 포인트가 설명되어 있었다. 논리성, 정확성,어휘력, 형식 그리고 내용의 충실성에 따라 각 0점에서 3점까지 매겨서 합산한다.


이쯤 되면 마투라 영어 시험은 언어의 총체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 것이 분명해진다. 적어도 수능영어와 비교한다면 분명히 그러하다. 영어 문제를 빠른시간에 찍어 맞추는 시험이 아니었다. 영어라는 언어를 도구로 소통하고 설득하기까지의 능력을 요구하는 평가 체계이다.


시험의 방향으로 공부의 방향도 수렴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마투라를 보는 모든 학생이 고득점을 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 정도 수준의 쓰기 실력을 요구하는 시험을 준비하며 쌓는 실력은 시험 점수 뿐 아니라 영어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능력과도 직결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마투라를 준비하는 과정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라고 말하던 폴란드 의대생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들의 영어 비결 1: 개인의 동기 수준에 맞는 영어 시험


우리나라 학생들과 폴란드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가의 가장 큰 차이는 "영어학습의 동기" 에 있었다. ("영어를 왜 하세요?" 포스팅 편에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폴란드의.학생들은 영어를 실력이 내 미래에 나에게 보답해 줄 것이라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학생들이 영어 를 배워서 활용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다 하더라도 각기 필요한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본적인 소통이면 족하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혹은 보다 복잡한 내용의 뉴스를 듣거나 설득력있는 글을 써야 하는 정도가 필요한 이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요구에 맞춰서 그 수준을 선택할 수 있는 시험 덕에 기본형 마투라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언어의 4영역을 고루 갖춘  의사소통 능력을, 영어에 목표가 높은 학생들은 더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도록 유도했다.


쉬운 영어 시험을 만들어 영어를 아예 포기해 버리는 학생을 최소화 하면서 쓰기와 말하기가 포함된 이 시험을 모든 고등학교 졸업생에게 치르게 한 것이 전반적인 영어구사 능력을 기본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일 것이다.


 


그들의 영어 비결 2: 소통과 생산을 위한 자연스러운 영어


시험을 위한 인공적인 영어는 없었다. 문제를 위한 문제 대신 실제 쓰이는 문장이 독해 지문으로 등장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문제 형식도 자연스러운 영어에 중점을 두었다. 어느 누구와의 대화에서 4지선다 문제가 주어질 수 있을까. 듣고 이해하는 능력, 읽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서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 뿐 아니라 내 감정과 생각을 글로 말로 공유하는 기술이 보다 언어의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특히 쓰기 영역에서는 어휘와 문장 구성력 뿐 아니라 일관성 논리성까지 겸비한 '소통과 생산' 을 요구 했다.


공부로서의 영어, 대입으로서의 영어가 아니었다. 마투라 시험 준비 과정이  곧장 영어를듣고 말하는 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정답찍기 기술자가 아닌 영어 글 혹은 말로 듣고 읽고 말하고 쓰는 서로 주고 받는 소통으로서의 영어가 폴란드 마투라에는 있었다. 마투라 준비와 영어를 잘하게 되는 길을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신영어, 수능영어 를 따로 배우는 것도 모자라 다시 토익영어, 영어회화 학원을 등록하는 우리가 배우는 것이 과연 영어는 맞는 것일까? 우리가 영어를 적어도 의사소통의 도구로 배웠는지 여부는 충분히 한번 되짚어 봐야하지 싶었다.





폴란드 의대생에게 영어란?

우리에게 없는 그들의 비밀:폴란드 수능 말하기 시험

우리가 모르는 영어고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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