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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Oct 13. 2017

왜 영어를 배우세요?  

폴란드 고3과의 수다 

대한민국의 흔한 고등학생


"이걸 내가 왜 해야되요?"


4년 간 한국의 공립 고등학교 에서 일하며 만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하소연이다. 내가 왜 이 어려운 영어단어를 외워야 하며 왜 이런 재미없고 쓸 데 없는 내용의 외국어를 읽어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영어 수업에 앉아 있야할 이유도 수능 시험을 봐야할 이유도 찾을 수 없다며 털어놓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폴란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폴란드에 와서 내 생활 중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바로 인터넷 쇼핑의 횟수가 말도 안되게 줄었다는 것이다. 쉽고 편리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곤 하는일이 많았는데 여기에 와서는 직접 보고 물건을 사들고 오는 쪽이 오히려 수월했다. 오며 가며 시간을 써가며 굳이 멀리까지 가서 사오는 한이 있어도 인터넷 쇼핑은 최소화 했다. 이렇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생활이 바뀐 것은 바로 언어장벽 때문이다. 이 곳 인터넷 쇼핑몰을 열면 모조리 폴란드어로 쓰여있는데다 겨우 구글의 도움으로 번역을 해도 배송 방법과 같이 이 곳의 상황을 이해해야 알 수 있는 용어들 때문에 인터넷 쇼핑은 언감생심이 되버렸다. 겨우 겨우 한 건 주문을 해도 배송 기사분에게서 온 전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중심가, 신세계Nowy Swiat 거리


폴란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독일어, 불어 등은 영어와 같은 어족에 속해 있지만 폴란드어는 러시아어와 같은 슬라브 어 계통에 있는 언어이다.  그래서 폴란드어는 다른 여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어와 거리가 꽤나 먼 언어에 속한다.


내가 여기서 생활했던 3년 여동안 격세지감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영어이다. 가는 곳 마다 언어장벽으로 할 말을 꾹꾹 참아야 했던 이 곳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주문을 받는 젊은이가, 상점에서 만난 점원도 원어민만큼 유창하게는 아니지만 영어로 질문을 주고 받고 제품을 설명해 주는 경우가 피부에 닿을 많큼 많아졌다.


폴란드에서 10여년 간 영어를 가르쳐온 미국 출신 영어교사 D 는 "내가 가르치는 C1 수준*의 학생들의 나이가 해마다 어려지고 있다." 며 폴란드의 젊은 이들의 영어가 나날이 향상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각주*:

원어민 수준을 C2로 아주 처음 시작하는 단계를 A1 으로 해서 언어 능력의 수준을 나누는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지표. C1 수준은 쓰기 듣기 말하기 읽기에서 원어민에 준하는 단어수준과 유창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폴란드 고3에게 학교란


폴란드 고3 H 와 대화하면서 한국에서 만났던 고등학교 아이들이 떠올려졌다. 수업을 들을 목적을 모르겠다고 무기력한 목소리로 말했던 아이들 말이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은 하나요?" 라는내 질문에 H 의 대답은 이랬다.


"가끔 핸드폰을 만지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수업을 잘 듣는 편이에요. 자거나 아예 딴 짓을 하는 경우는 없어요."


폴란드 아이들과 우리나라의 평범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무엇 때문에 학교가 자신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학교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믿는 아이들. 나에게는 이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학교가 도무지 쓸데 없는 것 같다는 아이들의 생각에도 공감해 봤기 때문이다.


첫번째 이유, 왜 영어를 배우는가 


"영어는 다 필요하잖아요. 영어가 모두에게 필요한 건 애들이 모두 알아요."


길거리에서도 영어로 된 가사의 노래를 흔히 들을 수 있고, 비행기로 2시간 남짓 거리에 영국이 있으며 매일 다니는 길거리에서는 쉽게 외국인들과 마주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이웃 나라들을 내 나라 가듯 아주 손쉽게 오갈 수 있기에 어떤 직업을 구하든 외국어를 하는 것은 더 많은 기회를 향한 문이 된다. 이 사실을 아이들도 체감하고 있고, 가장 널리 쓰이는 영어를 배우면 자신에게 현실적인 득으로 보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어느 누구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말이다.


"한국은 수능 때문에 영어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는 정말 자기가 원해서 영어를 배워요. 그 과정에 마투라(폴란드 수능)시험이 있는 거구요." 


라고 덧붙이는 H 의 말을 들으며, 공부하는 목적을 모르겠다던 그 학생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예고드린< 폴란드 수능 영어를 직접 풀어본 후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다음 번으로 밀렸네요. 이해해 주심 감사해요. 


앞으로  번외판으로  <영국의 맘들과의 대화>  포스팅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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