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영어 학습의 원칙, 그 첫번째
십대 시절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전문 피아니스트의 진로를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선생님 댁에 갈 때면 늘 연습량을 점검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많은 경우 내 연습량은 선생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터라 매번 혼이 날 생각에 시달리며 레슨 전날이면 벌써부터 꼬박꼬박 소화불량에 시달릴 정도였다. 진득이 앉아 있으며 하루 8시간의 연습시간을 채우는 일은 사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고역이었던 난제는 바로 그 8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 즉 어떻게 연습을 하느냐 였다. 피아노에 앉아서 부분을 나누어 수십번 수백번 반복해보기도 하고, 유명한 피아니스트 누가 그랬다는 말을 주워 듣고 악보를 놓고 스토리를 만들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연습하면 늘어." 라는 조언은 제대로된 올바른 연습과 향상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매우 단순한 정답이지만, 무언가를 배우려고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조언이다. 연습의 의미가 너무도 광범위하고도 막연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늘리는 일도 예외가 아니다. 보면 아는데 도대체 말문은 열리지 않아 답답해 하는 말에 상대방이 “연습하면 되.” 라는 무책임한 말이 돌아왔다며 울분을 터트렸다는 지인이 일화가 남이 일 같지는 않았다. 나도 역시 정의가 명확치 않은 ‘연습’ 에 대한 물음표와 목마름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연습을 열심히 하라고 조언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그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기에 답답하다 못해 내가 무능하게까지 느껴지기 일쑤였다.
영어학습 베스트셀러 사서 읽어보고 따라해 보기도 하고 혹은 새해에 학원에 등록해 보기도 하고 무작정 외워보기도 했지만 영 시원치 않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연습하면 나아진다는 누구나 아는 진리, 그 이상의 구체적인 이정표가 간절했던 것이 바로 나의 마음이었다.
각종 서적과 미디어에서 말하는 영어향상 방법이 나에게도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코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없는 것이 언어학습이기에 내 취향과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으로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향상을 이룬 방법에는 공통적인 원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다양한 언어학습의 방법에는 이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기준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 기본 원칙을 알고 접근하면 오히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일이 수월해지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더 이상 돌고 돌아가는 방법으로 헤맬 필요가 없어진다.
각분야의 대가들이 실력을 늘리는 연습의 비결을 연구한 <완벽하게 연습하라 Practice Perfect> 에서는 바른 연습의 첫 번째 조건으로 바르게 코딩하라고 강조한다. 축구를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축구드리블의 대가의 움직임을 접하는 것이다. 제대로 늘리는 지름길 연습법의 첫 단추로 그는 배울 내용의 세부적인 핵심 사항을 파악하는 성공적으로 코딩하기를 꼽았다.
무엇을 코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렸다. 영어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미국인 친구: Did you see a [카야리]?
한국인: 카야리가 뭐지???? 처음 듣는 단어인거 보니 내가 모르는 단어 인가봐.
카야리, 우리가 정말 모르는 단어일까? 야 음절에 강세가 있어서 더 낯설게 들리는 그 카야리의 실체는 coyote . 그렇다, 우리가 코요테라고 부르는 동물의 이름이다. 코요테 혹은 coyote 라고 쓰면 누구나 알 법한 단어를 우리는 왜 전혀 새로운 정보로 느낄까? 이유는 바로 소리정보와 글 정보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눈으로 글로만 배운 내용을 소리로 알아들으려고 하다니 우리 귀가 어이 없어할 요구가 아닐 수 없다. 훈련하지 않아놓고 귀보고 알아들으라고 강요하다니 귀 입장에서는 참 억울할 상황이다.
소리는 언어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 핵심 영역이지만, 글 중심의 공부에 익숙한 한국인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영어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소리에 노출되지 않고 오로지 눈으로만 문장을 읽는 것으로 ‘코딩’ 이 충분하다고 믿어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coyote 의 예에서와 같이 글로 연습한 내용을 소리로 알아듣기를 바라는 것은 옆집 물통에 물을 부어놓고 우리집 물통이 찼는지 들여다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원히 유창하라fluent forever> 의 저자 와이너도 언어습득의 방법과 원리를 소개하면서 소리로 배우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영어는 중국어와 달리 소리를 기반으로 글이 표현되는 표음문자이지만, 불어나 독일어와 달리 글과 소리가 따로 노는 대표적인 언어이다. 글과 소리는 일대일 대응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영어의 알파벳은 소리보다 그 수가 적다. 영어는 40개의 음소가 있지만 라틴어 알파벳은 26개 밖에 안 된다.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영어에서는 2개 이상의 소리를 가진 알파벳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독일어에서 a 는 항상 ‘아’ 소리가 나지만 영어에서는 여러 단어에 걸쳐 서로 다른 소리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애플apple,이솝 aesop,어보브 above에서 a 의 소리는 각자 다르다는 식이다.
더한 경우도 있다. knife 에서와 같이 어떤 철자는 아예 소리가 나지 않기도 한다. 영어는 표음문자 중에서도 소리와 글이 대응 수준이 낮은 편에 속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fish 가 g h o t I 로 쓰여질 수도 있지 않겠냐며 영어의 음소-철자가 비대응 되는 관계를 풍자하기 까지 했다. enough에서처럼 gh 가 'f' 소리로, women에서처럼 o 가 ‘i' 소리로 ti 는 nation에서와 같이 ’sh' 로 사용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이처럼 영어의 소리는 글만 보고서는 완벽히 파악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영어는 원어민조차 처음 접하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서 확인해야지만 정확한 소리를 알 수 있는 지경이다.
소리는 글로 배울 수 없다. 내 귀로 이해하고 내 입으로 말하는 영어를 배우려면 첫째 우선 순위는 소리가 되어야 한다. 글은 소리의 보조수단으로 쓰는 것이 옳다. 게다가 영어의 글은 소리를 뚜렷이 대표하기에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기에 더더욱 영어를 배우는 우리는 소리로 배워야만 한다.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독립을 꿈꾸며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카더라' 통신의 내용 보다는 이론과 경험이 뒷받침된 '알면 세월을 아껴주는 방법' 을 공유합니다.
다음 글로는 말하는 영어를 위한 영어 코딩의 조건 두 번째 가 이어집니다. 현재는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이 반드시 알아야할 4가지 원칙 시리즈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원칙 시리즈 이 후에는 한국인이 주목해서 연습해야 할 영어 소리의 특징은 다음 장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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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윤의
영어독립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