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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 돌고래 May 23. 2021

San Fran 0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Best view of Alcatraz!"


세상에 어떤 사람이 밥을 먹으면서 감옥을 구경하고 싶겠냐마는 관광객이 붐비는 항구 레스토랑에는 알카트라즈 감옥이 제일 잘 보인다는 배너가 자랑스럽게 걸려있었다. 그렇다. 항구에서 훤히 보일 만큼 감옥은 샌프란시스코 도시에서 가까웠다. 


화창한 날씨의 최종 목적지는 악명높은 알카트라즈 감옥이다


감옥으로 출발하는 배의 갑판 위에 섰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뜨거운 햇살을 식혀주는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어쩌면 알카트라즈행 죄수들도 수송선 위에서 생애 마지막 따스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짧은 항해 끝에 도착한 외딴섬은 작고 볼품없었다. 한때 감옥으로 쓰였던 황폐한 콘크리트 건물과 죄수 수송선을 감옥으로 인도했을 등대가 이 섬의 전부였다. 폐건물, 그 것도 감옥안에 들어가야하다니 썩 내키진 않는다. 


철조망 대신 바다에 둘러싸인 알카트라즈 건물


Break the rules and you go to prison. Break the prison rules and you go to Alcatraz.
사회에서 법을 어기는 자는 감옥에 가고 감옥 안에서 법을 어기는 자는 알카트라즈에 간다.


알카트라즈가 어떤 감옥이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문장이다. 알카트라즈는 다른 감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흉악범들만 전문적으로 수용한 특수 감옥이다. 예를 들어 전설적인 갱스터 알 카포네가 수감되었다. 


감옥 안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것은 수천 개의 창살 사이로 흐르는 적막이었다. 조그만 잡음도 왠지 더 크게 들렸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내 존재가 원치않게 부각되는 기분이다. 다른 이들도 같은 기분인걸까. 사람들의 숨소리에 불편한 긴장감이 서려있었다. 


“우울한 핑크색,” ”축축한 민트색.” 만약 세상에 이런 색이 있다면 그건 알카트라즈 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부러 밝은 색을 골라 발라놓았나 본데 눅눅한 시멘트벽과 쇠창살의 싸늘한 냉기를 숨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그 둘의 괴리감이 죄수를 기만하는 꼴이 되었다. 


알카트라즈의 모든 죄수들은 독방에 수감되었다. 닭장같이 비좁은 방에 작고 얇은 매트리스 하나와 변기가 전부였다. 죄수들은 침침한 이곳에서 홀로 무기력한 하루를 보냈다.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대화를 나눌 대상도 없었다. 단 1%의 자율성과 프라이버시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었다. 


죄수들은 하루 중 16~23시간을 독방에서 보냈다


Every window in Alcatraz has a view of San Francisco.
알카트라즈의 모든 창문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알카트라즈가 한눈에 보였듯이 알카트라즈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시티가 한눈에 보인다. 감옥에서 도시까지는 배편으로 10분이다. 하지만 고작 10분의 훤히 보이는 거리라도 거친 해류 때문에 맨몸 수영으로 건너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그렇게 도시와 감옥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세계에 격리되어 있었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자유가 바로 눈앞에 아른거리도록 설계하다니. 다행히 나는 알카트라즈를 뒤로하고 도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창살 밖 너머를 보며 무기수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보통 여행을 재밌는 일, 즐거운 일 위주로 일정을 짜지만 간혹 그렇지 않아도 명소라는 이유로 들리기도 한다. 명소는 단순한 즐거움이나 재미를 넘어서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곳이니까. 알카트라즈가 그랬다. 알카트라즈는 재미있지 않고 우울했지만 그 대신 평소에 하지 않을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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