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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나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 - 영화 아저씨 소미의 교훈

#PSH독서브런치100

사진 = 유튜브 <지니무비> 채널


영화 아저씨에서 소미(김새론 분)가 아저씨(원빈 분)에게 실망한 일이 있었지만 미워하지 않겠다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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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 미워요.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한 개도 없어"라는 이유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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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의 이 말은 본인의 목숨을 구해줄 확실한 자기 편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훌륭한 발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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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을 배제한다 해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대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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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 물건, 성취 등이 정말로 나에게 중요한 것이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지만, 나에게 '중요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대사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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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소미에게 아저씨는 본인에게 실망을 안겨준 사람이어서 본인을 괴롭히는 친구들보다 더 미운 사람이지만('거지라고 놀리는 뚱땡이보다 아저씨가 더 미워요'), 그렇게 되면 '내 편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즉 '아저씨만은 내 편이어야 하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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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취업한 직장인은 본인이 다니는 회사를 통해 성취의 기회를 얻고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본인의 직장에 자부심을 느끼고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직장에 힘들게 입사했기 때문에, 즉 많은 시간을 입사하는 데 투자했기 때문에 본인의 시간과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도 회사를 소중히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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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과 중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내게 정말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1. 집착하지 않고, 가장 격렬한 순간에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태도랄까. 그렇다고 아무런 열망도 감정도 없이 죽어 있는 심장도 아닌데 그 뜨거움을 스스로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 상처 받기 싫어서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건 어린 시절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동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 물론 동경한다고 해서 내가 그런 사람인 것도, 내 삶에서 그런 태도를 견지해온 것도 아니다. 원래 동경이란 그런 것이다. (쾌락독서, 문유석, 문학동네)



문유석 작가는 '집착하지 않고', '자신을 객관화', '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태도'를 동경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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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태도'는 저에게 자신감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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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모두 놓아버릴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 나의 능력으로 다시 그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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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니 그런 태도는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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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가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진실로 나에게 중요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해야 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집착을 멈추고 홀연히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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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후 저 구절이 어떻게 달리 읽힐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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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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