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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맞춤법에 대하여-규정문법과 기술문법(박이문,노마히데키)

#PSH독서브런치016

사진 = Pixabay


이번엔 제 학부 전공인 언어학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저는 영어학을 전공했는데 영어학은 영어(English)로 어학(Linguistics)을 배우는 학문입니다.

영어학 세부 과목으로는 구문론, 의미론, 형태론 등이 있으며 영문법을 심화하여 배운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영문학은 시, 소설 등을 배우는 학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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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는 표준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며, 국립국어원이라는 국가 기관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무엇이 맞는 표현이고 무엇이 '틀린' 표현인지 매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규정문법, Prescriptive gram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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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국가적으로 표준어 제도를 강력히 시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태린(2016). 성문화된 규정 중심의 표준어 정책 비판에 대한 오해와 재론. 국어학, 79, 67-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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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법에도 규정문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외에 기술문법(Descriptive grammar)이 있으며 이는 사람들의 말하는 방식을 기록하고 왜 그렇게 말하는지 '설명, 기술(describe)'하려는 문법입니다. 즉, 규정문법상 틀린 표현이라도 기술문법상으로는 설명의 대상이 되는 거죠. 또한 규정문법상 '틀린 표현'이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쓰이게 된다면 규정문법으로 편입되어 맞는 문법이 될 수 있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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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으로 바라보면 한글 맞춤법 규정도 조금 더 유연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언어는 우리가 지각하는 우리 외부의 현상적 세계를 표상하고, 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우리 내부의 정신적 세계를 재현하여 그것들을 기록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남겨두어, 그러한 세계들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들도 간접적으로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세계 이외의 세계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 볼 수 있다. (언어란 무엇인가, 박이문, 언어와 언어학 제27집, 2001.6, 1-9)


2. 최만리 파의 입장은 당대의 지식인들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파의 입장이었고 한자 한문에 살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존재적 근원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것은 지식인으로서의 마땅함이었고 상식이었고 자연이었고 이성이기도 하였다. 정통파였던 것은 최만리와 한자 한문 원리주의였으며, 세종과 에크리튀르 혁명파가 이단이었던 것이다. (중략) 그에 비해 <훈민정음>은 목판에 새겨지고, 종이에 인쇄되고 제본된 책의 형태로 세계사에 등장하였다. 그 책에는 무엇이 쓰여져 있는가? <정음>이 누구를 위하여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정음>은 이러저러한 시스템이다, <정음>은 이와 같이 쓴다, 바라건대 <정음>을 보는 자여, 스승 없이도 스스로 깨칠 수 있기를 이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돌베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 중 '썸남(썸녀)에게 정뚝떨하는 순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카톡할 때 틀린 맞춤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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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맞춤법은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기능한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어떤 글을 볼 때 그 글이 얼마나 표준어 규정에 맞게 쓰여 있느냐를 그 글에 얼마나 많은 관심, 정성이 들어가 있는지의 지표로 보긴 해요. 공을 많이 들인 글일수록 여러 단계의 필터링, 검증 절차를 거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맞춤법도 교정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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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구로서의 언어의 목적인 '의사 소통 목적'이 충족되는 한, 또 한글의 근본 탄생 목적인 '스승 없이도 스스로 깨칠 수 있'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임을 고려했을 때 너무 표준어 규정에 얽매이는 것도 고리타분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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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혹여나 의도치 않게 표준어 규정에 어긋난 글을 썼을 때 민망한 마음을 둘러댈 수 있는 변명거리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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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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