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Dec 07. 2021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건 내가 먹고살만하기 때문일까?

#PSH독서브런치015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이선균 분)이 지안(아이유 분)에게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 건 기본 아니냐?'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들이 어떤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건 인간의 요건 중 상당히 난이도 높은 항목이라는 걸 점점 느끼게 됩니다.

.

상대방에게 친절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점점 더 많이 소비될수록, 제가 친절할 수 있는 건 제가 먹고살만하기 때문은 아닐지, 즉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하면 언제든 친절을 회수해버리는 건 아닐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됩니다. 지안이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라고 경고한 것처럼요.



1. 유전자는 우두머리 프로그래머이며 자기의 생명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유전자는 자기의 생존 기계가 생애에서 부딪치는 모든 위험을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로 심판받는다. 그것은 생존 법정에서 내려지는 냉혹한 심판이다. 언뜻 보기에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 어떻게 유전자의 생존을 촉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살펴볼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 우리가 느끼는 것이나 우리와 피해자의 관계에 근거해 도움을 준다면 그건 본질적으로 우리 자신을 돕는 게 아닐까? 타인의 어려운 상황을 개선함으로써 기쁜 마음, 즉 ‘따뜻함’을 느낀다면 사실은 도움을 주는 것이 이기적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우리가 이걸 ‘이기적’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이기적이게 되고, 이 단어는 의미를 잃어버린다. 진정으로 이기적인 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이를 지나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누구가 물에 빠졌다면, 빠져 죽게 놔두는 것. 누군가 울고 있다면, 울게 놔두는 것. 누군가 탑승권을 떨어뜨렸다면, 눈길을 돌리는 것. 나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공감에 의해 관여하는 것의 정반대인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은 우리를 다른 사람의 상황에 끌어들인다. 우리가 다른 이를 돕는 데서 기쁨을 얻는 건 맞지만 이 기쁨은 타인을 ‘통해서’ 얻을 수 있고, ‘오직’ 타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순전히 타인 지향적이다.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 김영사)


3. 인간 사회는 협조와 소통보다는 배반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이란 이타적이기에 앞서 이기적이며, 인간들 간의 원초적 관계는 갈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공동체를 넘어 광활한 자연계 속에서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생태적인 연대를 구성하여 자연의 일원으로서 우주 속에서 그들과 하나가 되어 영원히 살고자 한다. (왜 인간은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가, 박이문, 소나무)



영화 다크나이트 조커 대사 중 제가 평생 가져갈 만한 것으로 다음을 꼽습니다.

.

'They're only as good as the world allows them to be. I'll show you, when the chips are down, these, ah, "civilized people"? They'll eat each other.'

.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하면 "civilized"된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언제든 가면을 벗어던지고 서로를 해칠 것이란 경고입니다.

.

그렇다면 평소의 친절(이타적 행동)은 결국 풍족한 상황에서의 사치스러운 행동이며, 그 근본 동기는 이기적인 것일까요?

.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아저씨나 다크나이트는 좀 더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요.)

.

다만 저는 근본부터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뿐이며, 혹시라도 아름답지 못할 제 밑천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주식 투자를 포함해서)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

그럼 언젠간 '근데, 나 그렇게 괜찮은 놈 아니야'라는 저의 말에 아이유 같은 분이 저에게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나의 아저씨 장면 中)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9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8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7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6

https://brunch.co.kr/@thepsh-brunch/55

작가의 이전글 가스라이팅에 대하여 - 철학 X 심리학(최진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