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Jun 27. 2022

영화 <배트맨 비긴즈> 배트맨은 왜 타락하지 않았을까?

#PSH독서브런치186

사진 = 네이버 영화 <배트맨 비긴즈> 스틸컷


※ 영화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의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DC 코믹스가 실사화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세 영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부모를 길거리 좀도둑의 총격으로 잃고 방황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며 부모를 죽인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그를 죽이려 시도하기도 하죠. 그 이후 브루스 웨인은 듀커드(리암 니슨 분)를 만나 수년 동안의 수련을 거쳐 육체적 강인함을 갖게 됩니다. 듀커드는 브루스 웨인에게 주는 마지막 가르침에서 '정의를 세우기 위해선 악을 처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살인자를 직접 처형할 것을 요구하죠. 하지만 브루스 웨인은 '살인을 저지른다면 악당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며 요구를 거절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 브루스 웨인은 듀커드의 본거지를 초토화시키고 떠납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도 조커(히스 레저 분)의 수많은 시험에도 브루스 웨인은 본인의 가치관을 지켰고, 조커에게 "You truly are incorruptible, aren't you?" 즉, 타락시킬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을 듣습니다. 또 브루스 웨인은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고 악당이 된 하비 덴트와 선명히 대조되기도 합니다.


2. 브루스 웨인이 오랜 시간 방황했음에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본인의 건전한 가치관을 세우고 지켜나갈 수 있었던 것에는 집사인 알프레드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어린 나이 부모를 잃었지만 부모의 역할을 알프레드가 대신해주었던 것이죠. 마크 월린은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에서 "아이는 생애 첫 몇 년 동안 내면의 저장고에 ‘좋은 것’을 충분히 비축해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커서 일시적으로 길을 잃었을 때 좋은 기분이 계속 남아 지켜준다. 저장고가 충분히 차 있으면 때로 방해 요소가 나타나도 결국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믿으며 산다 ... 계속해서 이런 보살핌을 받으면 우리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과 삶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는 점을 믿게 된다"고 했어요. 부모를 잃은 것이 자기 탓이라 생각하는 브루스 웨인에게 '나쁜 것은 범인이다'라고 말해주는 장면, '나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Haven't given up on me yet?)' 묻는 말에 결코 그런 적 없다고 말해주는 장면, '타락할 수 없는 심볼이 되어 악을 처단할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말에 '나(알프레드)의 안전을 고려해 달라'며 묵묵히 응원을 보내주는 장면을 통해 어쩌면 알프레드가 브루스 웨인에게 '좋은 것'을 많이 비축해준, 훌륭한 부모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1+2. 김영민 교수는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에서 "어떤 사상가를 혜성처럼 나타난 성인으로 간주하거나 혹은 악의 근원으로 간주하다 보면, 자칫 사상을 둘러싼 역사적 환경에 눈감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사상은 자신이 발견하고 싶은 것만 발견하게 만드는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숭배의 대상이든 혐오의 대상이든.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느닷없는 천재나 악마는 사실 드물다 ... 『논어』의 주인공 공자 역시 경천동지할 혜안을 가진 고독한 천재라기보다는 자신이 마주한 당대의 문제와 고투한 지성인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슈퍼 히어로 영화이며 따라서 배트맨의 자질을 단순히 '혜성처럼 나타난 영웅의 당연한 면모'로 생각하고 영화를 즐겨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배트맨이 어떻게 배트맨이 될 수 있었는지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193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9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7

https://brunch.co.kr/@thepsh-brunch/186

https://brunch.co.kr/@thepsh-brunch/16

https://brunch.co.kr/@thepsh-brunch/145

https://brunch.co.kr/@thepsh-brunch/8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