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명우 사회학과 교수는 <세상 물정의 사회학>에서 "누구든 자신의 부모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내미는 명함의 뒷면에 부모의 이름이 적혀 있다면 그 사람은 치사한 반칙을 하고 있는 셈"이고요. 게리 콕스는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에서 실존주의를 통해 "과학자, 목사, 부모, 교사들이 떠들어대는 온갖 허튼소리를 전부 쓰레기통에 처넣"고 우리가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임을 깨달아 그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현대인들은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소모되는 남자>에서 "남녀 차이가 단지 부모의 편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생각 즉, 남녀 차이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화 과정에서 발생하고 "아들과 딸을 똑같이 대하면 이 아이들이 똑같이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모들의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는 부모가 누구인가보다 본인 스스로가 타고난 바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규정되고 규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2. 하지만 부모님은 우리 인생에 생각보다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마크 월린은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에서 "부모와의 관계는 삶에 대한 은유"이며, "부모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개 삶에서도 많은 것을 받았다고 느"끼고, "부모에게 많이 받지 못했다는 느낌은 삶에서도 받은 것이 적다는 느낌으로 옮겨간다"고 말합니다.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에서 "태어난 뒤 처음 5~7년 동안 신뢰할 수 있게 투자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개인은 다른 사람들의 본질과 신뢰성에 대해 전혀 다른 종류의 기대가 발달한다. 다른 사람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해요. 또 한성희 정신과 전문의는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에서 "어린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대상(대개는 엄마인데), 엄마가 유아에게 보인 상호작용에 따라 아이는 사랑의 모형을 짓고, 어른이 되어서는 그 모형에 따라 인간관계를 만든다. 이때 엄마로부터 믿음직한 반응을 경험한 아이는 안정적인 애착 유형을 갖는다.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는 불안정하거나 회피적인 방식의 애착 행동을 보이게 된다"고 썼습니다. 소아과 의사 네이딘 버크 해리스는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책 전체를 통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트라우마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요.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평생 부모의 영향력 아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1+2.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되기를 지향해야 하면서도 부모님의 영향력에서 평생 벗어나기 힘든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독립은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을 명확히 인식할 때, 즉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