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014
요즘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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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름대로 가스라이팅을 해석해 보면, '나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 즉 '꼰대질'의 심화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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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질이 1차원적이고 즉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라면, 가스라이팅은 교묘하고 은근하게 진행되는 과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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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꼰대질이 '나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가스라이팅은 '나에게 유리한 기준'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중진국이나 후진국은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에 익숙하므로 항상 이미 있는 길을 가는 삶을 산다. 이미 있는 것들은 다 구체적이다. 선진국은 없는 길을 만들거나 열면서 간다. (경계에 흐르다, 최진석, 소나무)
2. 세계를 자기의 관념 세계로 끌고 들어와 고정시키는 일, 소유적 태도입니다. 자기의 관념 세계에 제한하여 고정시키지 않고 세계를 세계 그대로 놓고 보는 일, 존재적 태도입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영어 표기가 “To Have or To Be”인 것처럼, 자기 의지에 맞추어 자기가 가져 버리려고(have)하는 것이 소유적 태도이고, 그것을 그것이게(be) 하거나 그것을 그것 그대로 놓아 둘 수 있는 태도가 존재적 태도이지요.
소유적 태도는 세계에 대한 폭력입니다. 세계를 자기 맘대로 해석하고 자기 맘대로 제한하거나 고정시키기 때문이죠. (인간이 그리는 무늬, 최진석, 소나무)
3. 복잡 미묘한 상황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행위를 지배하는 기준이나 신념 등과 같이 ‘확고한 마음’이다. ‘확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분명하고 명료해지는데, 그것이 분명할수록 판단은 날렵하고 예리하며 전체적으로 성급해진다. 진위나 선악에 대한 판단도 모두 거기에 의존한다. (경계에 흐르다, 최진석, 소나무)
가스라이팅의 목적은 다른 사람을 교묘히 통제하는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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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동기를 갖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추측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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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세상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맞추지 못한 사람이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듦으로써 내 자존감을 올리고 싶어.' →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 ('선진국'의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 낙담 → 삐뚤어진 방식으로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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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 사람이 진정으로 본인한테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면 나한테 불리해. 세계관을 한정(축소)시킴으로써 내가 하는 말만 듣고 행동하도록 만들어야겠어.' → 결과를 통제('소유')하려는 마음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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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신의 판단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 → 악의 없이 본인의 세계관에서 가장 최고의 것을 ('확고한 마음으로')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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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이 의도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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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그걸 해결하는 게 다음 수순일 테니까요. (아니라면 진짜 나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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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 스스로도 나도 모르게 남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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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키우고, (세상 사람들이 만든 기준이 아닌) 본인의 기준을 세우고 항상 그것이 맞는지 점검하며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존감, 나만의 기준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제로 한 번 다루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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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 분)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박도경(에릭 분)에게 "오해영(전혜빈 분) 생각나서 잘해준 거 아니면 됐어. 불쌍해서 잘해준 거면 됐어. 그것도 감정 있는 거니까. / 바보, 감정 불구. 언젠가 나 때문에 울 거야. 울길 바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착한 가스라이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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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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