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May 12. 2023

나쁜 질문은 없을까? - <오징어 게임>

#PSH독서브런치202

사진 = 국제뉴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456명의 참가자들은 우승 상금 456억 원이 걸린 데스 게임을 벌입니다. 다섯 번째 게임인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에서 상우(박해수 분)는 13번 참가자를 밀어 죽였고, 결국 본인과 기훈(이정재 분)은 그 게임에서 살아남게 되죠. 기훈은 13번 참가자가 죽지 않고도 게임이 종료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 상우와 갈등을 빚습니다. 기훈은 상우에게 "넌 그냥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거야"라며 "그게 나였어도 밀었을 거냐?"라고 질문합니다. 이에 대해 상우는 기훈에게 "어차피 우리가 저 돈 가지고 나가려면 다른 놈들 다 죽어야 돼"라며 기훈의 질문을 '한심한 질문'이라 일축하죠.  <오징어 게임>의 결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또한 드라마에서 드러난 과거 33번의 게임에서 2명 이상의 우승자가 나온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기훈의 질문은 상우의 말대로 '한심한 질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2.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에서 "질문하는 능력, 이것은 궁극적으로 ‘창의성’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라며 질문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최진석 교수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질문도 없이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겠습니까? ... 자신에 대한 질문이 없이 어떻게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대답은 그 사람의 성숙 정도를 표현하지 못해요. 질문이 표현합니다. 대답은 그 사람의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지요. 질문이 반영합니다"고 썼어요. 문유석 작가는 『판사유감』에서 질문의 중요성, 특히 어린 시절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은 말이 되든 안 되든 정말 주저 없이 질문을 참 많이들 하고, 교수는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적절히 코멘트하고 반문하며 생각을 이어 나가게 합니다. 어떤 질문에도 ‘good point’, ‘good question’이라며 기를 살려 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말이 될 법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어떤 어리석은 질문이라도 타박하지 않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는 문화가 필요합니다"고 하죠. 이렇게 보면 어떤 질문이든 가치가 있으며 장려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2. 신형철 교수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또 김영민 교수는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에서 "정교한 질문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훈련된 행위이며, 대상을 메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고 했어요. 송길영 부사장은 위 언급한 같은 책에서 "질문자가 수준미달이면 질문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전문가라도 설명할 방법이 없다. 타이거 우즈가 100타를 치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해줄 이야기란 ‘머리를 들지 마세요’ 정도가 최선이니 말이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봐도 모든 질문이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며 따라서 '한심한 질문', '나쁜 질문', '수준 미달의 질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훈의 질문은 <오징어 게임> 마지막 장면에서 후속 편이 있음을 암시하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잘 들어.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누군지. 어떻게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는 "그게 나였어도 밀었을 거냐?"라는 '한심한 질문'이 이후 펼쳐질 상황과 그 결말에 따라 결국 '좋은 질문'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심한 질문'을 '좋은 질문'으로 바꾸는 것은 기훈에 달려 있을 것이며, 즉 같은 질문이라 하더라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나쁜 것이 될 수도 있고 좋은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오차장 최전무 중 누가 더 일을 잘하는 걸까?-<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