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28
1. 박이문 전 포항공과대 교수는 『환경철학』에서 『논어』에 기록된 공자와 자로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자로가 공자에게 “저의 고장에 사는 곧곧한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그 사실을 고발했다”고 말하자 공자가 “우리 고장에 있는 곧은 사람은 그와는 다르다. 아비는 아들을 위해 숨겨주고 아들은 아비를 위해 숨겨준다. 숨기나니, 곧은 것은 바로 그 안에 있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죠. 박이문 교수는 이를 통해 윤리적 판단은 차등의 원칙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무한히 다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며, 이는 자연과 우주의 객관적 질서이자 진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질서에 어긋나는 법적 장치는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즉 나와 가까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서로 다르게 대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감정에 따른 행동이 항상 옳다고 볼 수는 없으며 때로는 이러한 행동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반드시 고독한 고민을 동반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이문 교수는 공자가 말하는 개인의 감정이 이성과 반대편에 있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이성과 감성이 통합된 근원에서 우러나는 느낌"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이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면 독단성, 배타성, 권위주의, 독재, 폭력으로 흐를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인의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고민을 통해 "우리들의 도덕적 삶을 보다 짙고 깊게 하고 우리를 보다 ‘인간적’으로 일깨워 성장하게" 도와줄 수 있다고 박이문 교수는 설명합니다.
2.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이선균 분)은 외도한 그의 아내로부터 감정적 사망선고를 받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지안(이지은 분)은 동훈의 사연을 알게 되고 동훈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이를 동훈도 알게 됩니다. 동훈은 지안에게 이렇게 얘기하죠. "고맙다. 고마워. 거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 내가 행복하게 사는 꼴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성영주 작가는 『오늘만 사는 여자』에서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러나 나는 공감의 힘을, 그 순간만큼은 진정으로 위로가 되어주는 내 편의 힘을 조금씩 알아갔다. 내게도 그게 필요해진 순간들을 맞고 나서야 알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선배의 음해에 상처받았을 때, 터놓고 말하자고 한 건데 상대가 그걸 작정하고 곡해했을 때, 도무지 직장이라는 곳이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맞닥뜨릴 때마다 내게는 충고가 아니라 공감과 위로가 필요했었다. 누구도 실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에 “누가 그랬어, 내 친구한테? 내가 가서 한 번 엎어줘?” 애정 어린 허세가 간절했었다."
1+2.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이지은 분)의 뒤에는 항상 아버지 관식이 있었고 이는 금명에게 평생 큰 힘이 되었습니다. "금명아, 아빠 항상 여기 있어. 수틀리면 빠꾸. 아빠한테 냅다 뛰어와"라는 말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아빠는 금명의 편이 되어줄 것이란 아빠의 다짐, 즉 만약 금명이 양을 훔쳐 도망쳐 왔을 때 이를 고발하지 않고 숨겨줄 것이라는 말과 다름없으며 이를 윤리적이지 않다 하기에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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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정치 분야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인물과 예전까지 그 인물과 뜻을 같이 했으나 논란이 일자 한순간에 등을 돌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황을 지켜본 후 잠시 동안 뜻을 같이 하다 등을 돌린 사람, 아직까지 등을 돌리지 않은 사람 등 여러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저 또한 현재 누군가의 친한 친구이자 그 사람의 편인 채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신변상의 변화가 생겼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혹은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저에게 중요한 변화가 생겼을 때 어떠한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상상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내 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써본 글입니다. 저의 이런 고민이 읽으시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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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