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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 서울병

#PSH독서브런치233

by PSH
asd.jpg 사진 = 조선일보


1. 어린 시절 홍콩 영화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배우 구성환의 홍콩 여행이 2024년 12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방영되었습니다. 홍콩 영화가 최전성기를 누렸던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냈던 구성환은 이번 홍콩 여행에서 예전부터 홍콩에 대해 가졌던 로망을 실현합니다. 홍콩 영화에 나왔던 장소, 좋아하는 배우의 단골 식당, 2층 버스 등 홍콩 문화에 깊은 애정과 동경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하고 체험해 볼 법한 곳들을 둘러본 구성환은 뿌듯한 마음을 간직하고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구성환과 비슷한 시기에 유년 시절을 보냈던 제 주변 사람들로부터 "홍콩에서 주윤발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어 보고 싶었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그 당시 홍콩 문화의 영향력은 엄청났으며, 홍콩 문화를 동경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으로 한국 방문 외국인 숫자가 연일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5년 7월 한 달 동안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며, 케데헌에 등장한 낙산공원, 남산 서울타워, 뚝섬한강공원 등 서울 명소가 글로벌 팬들 사이에서 ‘성지(聖地)’로 떠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합니다. 한 기사에서는 케데헌을 기점으로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기존의 관광 명소 방문에서 '영화 속 장면 그대로'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찜질방 체험인데, 한국인에게는 일상적인 것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에 가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졌던 '홍콩에 가서 2층 버스를 타보고 싶다'는 마음과 비슷한 마음을 이제는 외국인들이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1+2. 한강을 산책한 후 한강 둔치에서 배달된 치킨을 먹고, 편의점을 방문해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고, 올리브영과 다이소, 무신사에서 쇼핑하는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을 동경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서울을 다녀온 뒤 느끼는 일종의 향수병인 '서울병'이 화제라고 합니다. "서울의 공기에는 사람을 환하게 만드는 마법의 요소가 있었다"는 중국 SNS 한 사용자의 글처럼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울을 동경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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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작가는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의 정점이라 부를 만한, 행복의 지점을 건넌다. 문제는 그 절정이 너무나 평범하게 생긴 탓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평범함을 알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에서의 평범한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일 수 있음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일상을 긍정적으로 낯설게 보고, 이곳에서의 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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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기사]

조선일보, 구동완, <케데헌 열풍에... 올 상반기 한국 찾은 외국인 훌쩍 늘어>, 2025년 9월 14일

매일경제, 김민주, <인천공항 가는 지하철서 우는 중국인 관광객들…‘서울병’ 대체 뭐길래>, 2025년 9월 19일

SBS 뉴스, 유영규, <중국인, '서울병' 앓다"…"서울, 유토피아로 인식">, 2025년 9월 22일

뉴시스, 이소원, <"와! 여기가 남산" 케데헌 명소마다 외국인 '인산인해'[출동!인턴]>, 2025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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