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38
1.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 한 남자』에서 자본주의를 "경제적으로 얼마나 성공하고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생산하는가를 기준으로 존재를 가차없이 심판하는 시스템"이라 설명합니다. 그리고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평범한 삶은 실패한 삶과 똑같다는 식의 잔인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기도 하죠. 김훈 작가는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에서 "돈과 밥의 지엄함을 알라. 그것을 알면 사내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는 것이고, 이걸 모르면 영원한 미성년자다"라며 현재의 세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세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든 먹이 속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우리는 먹이를 무는 순간에 낚싯바늘을 동시에 물게 된다. 낚시를 발려먹고 먹이만을 집어먹을 수는 없다. 세상은 그렇게 어수룩한 곳이 아니다. 낚싯바늘을 물면 어떻게 되는가. 입천장이 꿰어져서 끌려가게 된다. 이 끌려감의 비극성을 또한 알고, 그 비극과 더불어 명랑해야 하는 것이 사내의 길이다."
2. 학교를 졸업하고 '낚싯바늘이 가득한 사회'를 살아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변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강세형 작가는 『나를, 의심한다』에서 그런 모습을 "웬만한 일엔 흥분하지도, 분노하지도, 싸우려 하지도 않는. 좋은 말로 하면 타협을 아는, 나쁜 말로 하면 체념이 빠른, 마음이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 어른"이라 표현합니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임시완 분)가 웃음을 잃어버린 한석율(변요한 분)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기력을 견디는 방식, 부당과 허위의 가혹한 시간들을 견디는 방식으로 한석율은 입을 닫았다. (중략) 그는 웃음을 잃었고 우리는 그를 잃었다." 한석율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며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질문하기보다는 침묵하고 수용하며 모든 것들 돈으로 환산해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1+2. "문화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들, 즉 문화를 더 강하고 풍요롭도록 강조하는 것들을 성취함으로써 존경을 얻어야 한다"는 문장에 동의합니다. (『소모되는 남자』에서 발췌)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취란 곧 돈을 의미하는 것 같고요. 국가데이터처에서 25년 9월 발간한 '2023년 국민이전계정' 통계에 따르면 1인당 노동소득과 소비는 28세에 흑자에 진입해 45세에 정점을 찍고 61세에 다시 적자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28세부터 45세 사이 소득을 극대화해야 인생 초반과 후반의 적자를 겨우 만회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실패한 삶'을 겨우 면하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합니다. 김훈 작가는 같은 책에서 "돈 없이도 혼자서 고상하게 잘난 척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말아라. 추악하고 안쓰럽고 남세스럽다"고 했는데 45세라는 정점의 시기에 하루하루 가까워질수록 초조한 마음이 드는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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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장이 어려워지며 대졸 신입 사원의 평균 연령이 30살을 넘긴 지 꽤 되었으며, 재무 상황이 악화된 기업들의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만 50세 이상', '만 40세 이상'으로 받았던 희망퇴직이 이제는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죠. 그리고 집 값을 포함한 자산 가격은 더 이상 근로 소득으로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급등하고 있고요. 즉 인생의 적자 시기는 점점 길어지면서 깊어지고, 흑자 시기는 짧아지며 낮아지는 극단적 불일치의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큰 변화 없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곧 패색이 짙어진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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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걸까요? 다만 미래를 대비할 때는 낙관론적이기보다는 다소 비관적이라 할지라도 냉철하고 보수적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대비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 읽으시는 분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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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기사]
동아일보, 김수연 기자, <대졸 신입사원 나이 기준…응답자 71% “필요 없다”>, 2025년 9월 29일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 <“얼마나 직장 구하기 힘들면” 32살 신입 사원 ‘수두룩’…나이 많다고 존댓말 썼다간?>, 2025년 10월 6일
매일경제, 박인혜 기자, <“이젠 사람이 귀하지 않습니다”…은행, 신규채용 ‘찔끔’ 희망퇴직 ‘북적’>, 2026년 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