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42
1. tvN 드라마 <미생>에서 원 인터내셔널(극 중 회사 명칭)의 최전무(이경영 분)는 28년 차 직장인이며 권모술수에 능숙한 인물입니다. 자기 '라인' 사람들을 위해 사업 아이템을 다른 팀으로부터 빼앗아 밀어주기도 하며, 부장 시절 자기 팀 계약직 이은지 사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오 차장(이성민 분)에게 '혹시나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남기고 자살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죠. 이에 반해 오 차장은 정치적이기보다는 솔직하고 우직한 인물로 후배들에게 '대책 없는 희망' 혹은 '무책임한 위로'보다는 후배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오 차장은 이은지 사원 사건으로 최전무에게 인간적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최전무 또한 오 차장이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전무는 정치적으로 오 차장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되는 상황이 왔을 때 오 차장에게 손을 내밉니다. "나는 이기고 상대방은 지게 만드는 승패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은 결국 패승하게 되어 있지, 나는 지고 상대방은 이기게. 난 승패도 패승도 싫어해. 서로 승승하자고, 너도 이기도 나도 이기도." 즉, 최전무는 치밀한 계산 끝에 본인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오 차장을 그 상황에서 만큼은 자기편으로 포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 차장은 끝까지 최전무를 믿지 못하죠.
2. 심리학자 제임스 W. 페니베이커는 『단어의 사생활』에서 유능한 지도자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그들이 동의할 만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 지도자에게는 광범위한 사고와 사회적 기술이 요구된다"고 했습니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송강호 분)는 아들 사도세자(유아인 분)에게 "왕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야. 신하들의 결정을 윤허하고 책임을 묻는 자리다"고 하기도 했어요. 또한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이성민 분)은 진도준(송중기 분)에게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선 "욕심, 의심, 변심"이 필요하다며, "아무도 믿지 마라. 누구한테도 정 주지 말고. 결국에는 그게 다, 네 약점이다"라고 하기도 해요.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에서 최전무는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조직 생활에서 누가 일을 더 잘하는지'의 관점에서는 직급과 직책이 올라갈수록 최전무가 갖고 있는 자질이 조직 생활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즉, 오 차장이 승진에 번번이 누락되어 과장을 7년 동안 했던 이유는 어쩌면 그가 정치력이 없어 '줄을 잘 서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윗사람들 눈에는 그 사람이 '조직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비쳤기 때문일 수 있는 것이죠.
1+2. 도리스 메르틴 작가는 『아비투스』에서 "특정 수준부터는 전문 지식의 통달이 가치를 잃는다. 사회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는 전문 역량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소속과 전체를 보는 안목이 훨씬 더 중시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이전 글까지 논의했던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와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주로 실무 수준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정치력은 조직에서 중간 이상의 위치에서 일을 잘하기 위한 역량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도 정치력 이외 관리자로서 필요한 역량이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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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