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43
1.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프랑스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가 설계한 기차에서 17년째 살아가고 있죠. 폐쇄된 생태계인 기차는 적정 인구수가 유지되어야 하며 때로 급격한 인구 감소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윌포드는 때때로 서로 죽고 죽이는 반란을 조장하고 적정한 시점에 진압하여 인구수 '균형'을 유지하죠. 윌포드의 행동이 윤리적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을 조망하고 통제하는 시야, 즉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인정할만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기존의 계획이 예상과 달리 더 많은 희생자를 초래하고, 반란의 우두머리였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가 윌포드가 있는 머리칸 엔진실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한 상황에서 더 돋보입니다. 엔진실에서 윌포드는 분노한 커티스를 진정시키며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커티스에게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본인의 후계자가 될 것을 제안하죠. 즉 윌포드는 기존 계획이 틀어진 상황에서 본인을 이어 기차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있는 후계자를 찾아내는 또 다른 큰 그림을 만들어내죠.
2. 김민철 작가는 『내 일로 건너가는 법』에서 팀장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멀리 점을 찍어주는 사람. 팀원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점을 찍고, 여기까지 가보자, 라고 말하는 사람. ... 눈앞의 문제에 급급한 우리에게 저 먼 곳에 빛이 있을 것 같다며 생각지도 못한 곳에 단호한 목표를 세우는 식이었다. ... 우리가 저길 간다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 점을 보며 허겁지겁 일하다가 정신을 차리면 실제 그곳에 우리가 도착해 있곤 했다." 개인적인 직장 생활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제가 닮고 싶은 리더의 모습, 일 잘하는 리더의 모습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본인이 가진 가장 최고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어 성공적인 결과를 산출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큰 판'을 깔아주는 리더였던 것 같습니다. 이때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설정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말을 하건, 어떤 판단을 내리건 당신이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팀장인 내가 책임지겠다는 무언의 메시지" 또한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책에서 발췌)
1+2. 직전 글에서 논의했던 정치력은 리더가 조직 내부를 관리하는 역량이라면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이끄는 역량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두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즉, 조직 구성원의 목표 혹은 이해관계를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게 설계하여 조직 구성원 노력의 방향이 조직이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방향과 같게 설정할 수 있는 리더를 일 잘하는 리더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리더의 두 가지 필요한 역량은 사람과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만큼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역량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큰 그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비투스』에서 발췌한 다음의 글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특정 수준부터는 전문 지식의 통달이 가치를 잃는다. 사회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는 전문 역량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소속과 전체를 보는 안목이 훨씬 더 중시된다. 이런 안목은 스몰토크뿐 아니라 전체 사회의 발전을 논하는 대화에서도 당신을 가장 잘 돋보이게 한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