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걸 지키도록

브런치 스토리 6일 차의 소감

by 오창균

대략 3년 전쯤 브런치 스토리에 가입했고 분명 글을 썼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뿔싸! 작가신청과 승인 단계가 있는지 모르고 그냥 작가의 서랍에 글 쓰면 공개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허술했다.


일주일 전 고맙게도 작가승인이 났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강의하는 강사들에겐 비교적 비수기인 시기라 글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 '잘 됐지 뭐 요즘 사람도 잘 안 만나고 못 만나는데 카페나 도서관 가서 글 좀 많이 써야겠다' 매거진, 연재, 브런치북 발간, 댓글허용, 응원하기 등의 기능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얼마 전 연재도 시작해 봤다. 냄비근성으로 잠깐 끓었다 또 어영부영하지 말고 잘 써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올라오지만, 글 쓰는 건 국민학교(초등학교) 때부터 취미처럼 했던 것이니, 나름 즐길 거라 믿어 본다.


첫 글올리고 얼마 후에. 휴대폰에 브런치 스토리 알림이 떴다. 'OO님이 글을 라이킷했습니다' 이게 뭐지?

그때까지 '라이킷'이 뭔지도 몰랐다. 모든 분들이 끝까지 읽어주시는 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글을 읽은 분들이, 말하자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의 '좋아요' 같은 흔적은 남겨주는 거였다. 얼마 있다 또 '라이킷.. 라이킷..' 아직 얼마 안 되지만 반응이 오고, 흔적이 남으니 뭔가 재미 같은게 생겼다. 사람은 반응의 존재가 아니었던가.. 소소하지만 귀한 반응들이 오니, 안 그래도 올라왔던 글쓰기의 엔진에 마치 '불스원샷'을 하나 넣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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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쓰는 글, 이전에 혼자 써놨던 글 어떤 걸 또 올려볼까?' 사람이 흥미가 생기면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난다. 오늘까지 7개의 글을 올렸는데, 올리고 나서 역시 라이킷 알림, 이제 갓 3명이지만 구독까지 해주시니 참 흥미롭다. 왜 그동안 혼자 쓰고 노트북에만 저장해 뒀을까? 이렇게 공유하고 공개하며 소통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글올리고 얼마 있다가 라이킷 수를 세어보고 확인한다.


'어? 이전 글보다 라이킷이 적네..' ' 구독은 왜 더 안 늘지?' 찾아보니 브런치 구독자 늘리는 법이라는 주제로 올라온 글들도 있었다. 경험자분들의 유익한 정보를 차근차근 읽었다.

'아 그렇게 해야 하는구나' ' 아 이 사람처럼 해야 되는구나..'

맞다. 경험자들의 객관적 정보들을 참고해야 하고, 어디에나 성장의 법칙과 규칙은 존재한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읽고 흔적도 남겨주면 좋겠다.

그런데, 행여 그것이 중심이 되거나 글쓰기의 목표가 되는 순간, 그 글과 브런치에서의 활동은 방향을 잃게 될 것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공식적 객관적 정보와 원칙들을 뒤로하거나 내 고집만 부리고 일방통행만 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내 중심과 처음의 소신이 희미해지면 글쓰기의 이유도 희미해지는 게 자명했다.


직업이 스피치, 소통, 대화를 주제로 수업하고 강의하는 사람이다 보니, 분야의 전문적 글들이나 이전에 냈던 책의 일부들도 공유하고 지금 이 글처럼 일상에서 삶에서 느끼는 나름 오가닉 한 마음들을 차곡차곡 채워나가고 싶다. 가능하다면 나로서 잘 존재하고 싶고, 나의 진짜를 채워나가고 싶다.

처음 작가신청을 놓친 것보다, 글을 쓰는 근본의 방향을 놓치는 건 더욱 큰 피해다.


유튜브와 인스타, X(구 트위터)도 물론 좋지만 브런치라는 글공유의 색다른 세계가 참 흥미롭다. 멈춰있는 활자에 불과한 듯 하지만 글 속에도 움직이 있고, 마음, 생명력이 있음을 새삼 느낀다. 글을 읽으며 각자의 그림을 그리고, 글쓴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때론 대화하는 듯한 마법 같은 힘이 있음을 느낀다.


소통하되, 나를 써 나가야지.

다른 분들의 라이킷도 여전히 감사하지만, 하나하나 채워가는 스스로에게 라이킷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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