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산타할아버지 실제로는 없지?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서 좀 더 괜찮은 선택

by 오창균

'아빠, 나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산타할아버지가 휴대폰 주셨으면 좋겠어'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말에 이어서 대답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계속 기도해 봐. 산타할아버지한테 신호가 계속 가야 선물 받을 수 있지'

'그래, 알았어 근데 아빠.. 산타할아버지 사실 실제로는 없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아들의 질문에 순간 뇌정지가 온 듯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질문 없었는데, 차근차근 곤란한 질문들을 할 거란 막연한 생각과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뭐라 말해야 하나 뇌정지가 풀리고 되레 평소보다 머릿속은 더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 인정하고 '그래 사실 아빠가 준비한 선물이었어'라고 진실을 밝혀야 하나, 아님 끝까지 환상과 소망을 토대로 있다고 밀어붙여야 하나? 그 사이 아들이 다시 한번 말했다.


'없지? 없는 거 맞지? 친구들도 엄마 아빠가 없다고 다 말해줬데, 엄마 아빠가 사준 건데 산타할아버지인척 하는 거라고 그리고 유튜브에도 없다고 다 나와..' 하.. 숨 막힌다. 도저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그 순간 뭔가에 홀린 듯 아들에게 말했다.


'음.. 솔직히 아빠도 새벽에 트리 밑에 선물 놓고 가는 산타 할아버지를 실제로 본 적은 없어.. 그런데 지완이가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으면 있는 거고, 없다고 믿으면 그때부터 산타할아버지는 사라져서 없어지는 거 같아.. 없다고 생각해도 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데 어떤 게 더 즐거운 크리스마스인 거 같아?'


이미 현실을 눈치챈 것 같은 아들은 꽤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아... 그냥 있다고 믿을래'

말하는 느낌이 사실, 온전한 동심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잘 타협된 대화를 한 듯 했다.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이면서 검증되진 않았지만, 소망은 소망대로 유지된 느낌이랄까?


아들이 산타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했으면 작전을 어떻게 변경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좌우간 있다고 믿는다는 말에, 신형 휴대폰을 잘 포장해서 크리스마스 새벽 4시쯤 거실 트리밑에 잘 놓아뒀다. 아침에 선물을 확인한 아들은 '산타가 있다? 없다?'의 질문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좋아하고 기뻐할 뿐이었다.


'거봐 있다고 믿으니까, 산타할아버지도 선물도 있지? 남이 뭐래도 내가 있다고 믿으면 있는 거고, 그게 더 재미있고 좋은 점이 많은 거 같아. 없다고 믿어서 좋은 게 있으면 없다고 생각해도 괜찮아'


아들과의 산타할아버지 존재유뮤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렸을 적 꿈꾸고 소망했던 꿈과 바람들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회생활의 현실을 경험함에 따라 그때의 꿈과 소망은 현실이란 각성제로 인해 사라지거나 날아갔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때 친구들의 꿈은 의사, 경찰, 소방관, 변호사 또는 국가대표 스포츠 선수, 배우, 가수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만 난다. 요즘은 100만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꿈인 어린 친구들이 많다고 하는데 모든 꿈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참.. 꿈이라는 게 현실을 직면하는 순간 마치 예전에 믿었던 산타처럼 어느새 '없구나...' '어렵구나'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들이 올라오게 한다.


여전히 즐겁게 여유 있게 문제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요즘 경제도 사는 것도 참 쉽지 않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어렸을 적 꿨던 거창한 직업과 꿈, 어마어마한 부를 축척하는 건 아니더라도, 믿고 기대하고 살았는데 '문안하고 평범하게라도 삶을 살아가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좀 더 고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희망' 이란건.. '삶의 기적'이란건 과연 있는 걸까?라는 질문과 강력한 의문을 품기도 한다. 거칠고 치열한 인생을 살면서 현실을 몸소 절실히 느끼다 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다만, 그럴 때 아들에게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네가 없다고 생각하면 없어지는 거고,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야' 지금의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오롯이 나의 선택이고 나의 믿음에 달려있다. 그것에 새로운 계획이건,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사실 크게 와닿지 않는 단어지만 '희망' '기적'이 있다고 믿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희뿌연 판타지소설 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종교를 떠나.. 세상에 만일 신이 있다면, 기왕이면 있다고 믿는 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의 방향을 잡을 때, 자신 스스로도 '노동같은 삶'보다는 '운동같은 삶'이 되지 않을까?


이미 스스로 없다고 다 가짜고 거짓이라고 믿는 이에게 과연 어떤 장점이 있을까?

어차피 주어진 삶의 시간, 결코 쉽지 않지만 하나하나 해 나가고 또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믿는 편이 더 나을까? 그것 만큼은 정말 각자의 선택이다.


난 '있다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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