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대형 영화관 체인업체가 일부 영화관에 한해 입장료를 인상한다고 발표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대형 영화관 운영회사들이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문화생활 중 하나인 영화의 입장료 인상을 통해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의 상식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영화관의 가장 큰 수익원은 영화 입장료가 아니라 팝콘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영화관의 주 수익원이 입장료가 아니라 팝콘에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영화 입장료와 팝콘 판매의 수익구조를 비교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내는 영화 입장료 즉 티켓값에는 10퍼센트의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데 기여한 사람들은 이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나누어 가지게 된다.
영화 제작과 상영에 기여한 사람들을 크게 극장과 배급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극장과 배급사는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반반 나누어 갖는다. 물론 서울 지역에서 상영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분배 비율이 6(배급사)대 4(극장)로 특별대우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입장료의 절반 이하의 금액이 영화관의 수익으로 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가 내는 티켓값이 1만 원이라고 하면 여기서 세금을 제외한 금액의 절반인 4,500원 미만의 금액이 상영관 측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물론 영화 상영관들은 인건비, 임대료, 시설 관리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해야 하기 때문에 순수익은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일 것이다.
극장에서 판매되는 팝콘 가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5,000~6,000원 내외이다. 하지만 이들 팝콘의 원가는 600원 수준에 불과하다. 포장비용 100원을 더한다하더라도 원가 대비 7배가 넘는 금액이 팝콘에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팝콘과 함께 먹는 음료수의 가격 또한 평균적으로 500원 이상 비싸다.
이처럼 영화관은 영화 티켓 판매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익보다 팝콘 판매를 통해 거둘 수 있는 마진이 더욱 높다. 실제로 2001년 이후 우리나라 대형 영화관 체인은 영화 자체의 수입보다도 매장을 통한 수입이 더 많았다고 한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프리드먼David Freedman과 스티븐 랜즈버그StevenLandsburg는 영화관이 높은 수익을 거두려면 영화 티켓값은 내리고 팝콘 가격은 올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들은 이 연구를 통해, 영화 티켓값을 내리면 더 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유도할 수 있고, 영화관 내부의 독점시장인 팝콘 가게에서 관객에게 높은 가격으로 팝콘을 판매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기업은 가격 수용자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재화를 판매한다. 재화를 더 많이 생산하든, 더 적게 생산하든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점시장에서는 공급자가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시장에서 물건을 공급하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량을 결정하면 가격이 자동으로 결정된다. 이때 결정되는 독점시장의 가격은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즉, 가격을 높이고 전체 판매량을 줄일 때 독점기업은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원리는 팝콘 매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두 경제학자는 티켓의 가격을 내리고 팝콘 가격을 올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영화 상영 계약을 들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상영할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잠재수익의 일정 비율을 걸고 입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 성적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기에 영화 관람자 수의 일정 액수를 보증하고 입찰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영화 티켓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줄어든 소득은 팝콘 가격 등을 올려 벌충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제 팝콘이 없는 영화관은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 티켓은 무인 발권기에서 사도록 유도하면서 팝콘 매장은 더 화려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앞으로 영화를 보러 갈 때마다 영화를 즐기는 문화에 팝콘이 빠질 수 없게 된 근본적인 원인 또한 경제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경제학의 쓸모 X 인문학의 사유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떠내려가지 않고 사리분별을 해가면서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경제학은 꼭 알아야 하는 지식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지식에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면 좋겠다." - 저자 박정호 박사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읽어보기 > http://gilbut.co/c/20021165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