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맛보는 고전적인 카르페 디엠 사고실험
만약 당신이 6개월 또는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불치병 진단을 받은 수많은 사람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인 한편, 죽음을 맛보는 고전적인 카르페 디엠 사고실험이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나 이 사고실험은 진지한 사색을 요구한다.
이 질문을 가장 심도 깊게 탐구한 영화는 일본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가 만든 〈이키루生きる〉(이키루는 ‘살다’라는 뜻이다–옮긴이)라는 매우 섬세하고도 강렬한 영화다.
1952년에 개봉한 〈이키루〉는 종전 후 도쿄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중년 남성 칸지 와타나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30년 동안 와타나베는 지방정부 홍보 부서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도장을 찍으면서 돈을 조금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루하고 무덤덤하다.
영화 속화자는 “그는 시체나 다름없다……. 이 사람은 20년 넘게 죽어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위암에 걸려 6개월 뒤면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에게는 딜레마가 생긴다.
마지막 기회의 창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처음에 와타나베는 새로운 상황 앞에서 공포와 고독을 느낀다.
그는 이불 속에서 흐느껴 울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인생을 낭비했다는 진실과 대면한다. 그의 실존적 고뇌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난한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해 운동장을 만드는 일을 도와주면서 비로소 풀린다.
와타나베는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인색한 관료들과 싸우고, 지역 정치인들의 완고한 태도와 조직폭력배의 협박을 이겨낸다. 마침내 그는 성공한다. 공공의 선을 위해 그가 수행한 단 하나의 행동이 그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새로 만들어진 운동장의 그네 위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죽어가면서 부르는 노래의 후렴구가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 울려퍼진다.
인생은 짧다네
〈이키루〉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라”는 스토아 철학의 명제를 조금 변형해서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하루에서 6개월로의 변화는 큰 차이를 낳는다. 시간의 폭이 넓어지면 우리의 정신적 시선이 단기적 사고와 쾌락에서 벗어나고, 우리는 지속적인 주의와 노력이 요구되는 중요한 프로젝트에 뛰어들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6개월이면 우리가 급하다고 느끼지 못해서 중요한 일을 무한정 미룰 정도의 시간은 아니다.
나는 〈이키루〉를 처음 본 날부터 나도 모르게 이 ‘죽음 맛보기 실험’을 거의 똑같이 수행했다. 나는 6 개월마다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가장 최근에는 내 목소리가 구제불능이라고 확신하면서도 성악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만약 6개월쯤 지났는데 나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면 실용적인 태도로 포기하면 된다.
칸지 와타나베의 경우처럼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존재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게 해주고, 오늘을 붙잡고 우리 삶에 더 충실하라고 자극한다. 우리의 당면 과제는 우리 자신을 위해 의미 있는 행동과 계획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훌륭한 일이 힘든 노력과 개인적인 희생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eitzsche의 격언을 기억해야 한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것을 이겨낸다.
궁극의 창조는 바로 우리의 상상력을 동원해 이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한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와타나베의 운동장에 해당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인가?
▶ 참고도서『인생은 짧다 카르페 디엠』,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더퀘스트
수동적인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