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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퀘스트 Dec 09. 2019

혁신은 작은 자기주도성에서 시작된다

밀레니얼 세대 공무원, 뭔가 좀 다르다?

충주시청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지방 도시 공공 페이지임에도 3만명 이상이 구독하고 있다. 이 페이지는 B급 마케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8년 충주시 소태면 밤 축제나 고구마 축제를 홍보한 댓글 달기 이벤트에는 1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전국적인 홍보 효과를 누렸다. 실제 축제 참가자도 크게 늘어나서 2018년에는 고구마 축제 일정이 원래 계획된 하루에서 이틀로 늘어나기도 했다.

충주시 페이스북 페이지의 포스터들 ⓒ충주시 페이스북


재미있는 홍보 콘텐츠는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 확산된다.

“어느 관공서 페이스북을 가도 이렇게 재밌는 곳은 없다”,
“충주시는 이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가 충주시를 얼마나 먹여 살리는지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룬다.

조남식 주무관 ⓒ중부매일

이런 B급 포스터를 처음 만든 사람은 충주시청 조남식(32) 주무관이다. 공무원 5년 차(당시 8급 공무원)이던 2016년 7월 홍보 담당자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다가 ‘B급 감성’을 콘셉트로 잡았다. 그는 광고나 홍보를 배운 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공기관 SNS를 잘 안 보니 일단 눈에 띄어야겠다는 생각에 낯익으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패러디를 활용하기로 했다.
    
딱딱한 공직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시도가 가능했을까. 혁신은 작은 자기주도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상사에게 보여주지 않고 일단 올렸고이후 사용자 반응을 보고 좋다 싶을 때 보고했다고 한다물론 그도 처음에는 업무를 장난처럼 생각한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돼 겁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사용자 반응이 좋으니 과장과 팀장이 자신을 믿어주고 재량권을 주었다. 그 결과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빨리 나오게 됐다. 이런 결실 덕분에 그는 지역 경제에 기여한 성과로 행정안전부 장관상도 받고, 지자체와 부처에 강의도 다니면서 전국 공직사회의 롤모델이 됐다.

2018년 7월 조남식 주무관은 순환근무제도에 따라 다른 부서로 이동했지만, 충주시 SNS의 ‘B급 감성’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 2대 담당자인 김선태(32) 주무관은 조남식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SNS 포스터에 이어 유튜브 채널까지 만들어 운영하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


재미를 포기하지 않아야
공공성이 구현되는 시대

충주시 유튜브 공식 채널 ⓒ 충주시 유튜브

공공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걸까.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하면서 2019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90년생이 온다》에서는 90년생의 특징을 ‘간단하거나’,‘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정의했다. 저자는 청년 세대가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은 안정적인 직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며 채용 비리가 없는 ‘정직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들이 공무원을 선택한다는 것은 ‘정직’이라는 가치를 위해 ‘재미’를 포기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어렵게 공무원이 됐을 텐데도 퇴사율이 증가한 것을 보면 이들이 재미의 가치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실제 서울시 공무원의 3년 이내 퇴직자는 2013~2017년 4년간 4배 증가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공직을 그만두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조직에 남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더 많다는 뜻이다.
    
재미는 자기 일과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공공의 일을 하면 재미를 꼭 포기해야 하는 걸까? 순환보직을 맡았다고 해서 자기표현의 가치를 찾을 순 없는 걸까? 물론 공공에서 이를 추구하려면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재미는 자기표현의 가치, 심미성, 삶의 질과 연결된다. 공무원들이 자기표현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갈 때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조직이 아니다. 창의적 개인이 세상을 바꾼다."
2020년대를 주도할 미래 세대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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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가 만든 사회 시스템과 성공 방식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트렌드세터들이 있다. 일명 ‘라이프스타일 혁신가’들이다. 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30여 명의 혁신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개별적인 트렌드 키워드만 봐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 변화의 큰 그림이 비로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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