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헛된 안개
어둠의 끝에 선 나에게 당신은
안개처럼 자욱했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당신의 색을 입어
희고도 고독했다
손끝에 닿는 건
잡히지 않는 습도
차가운 외로움이 그렁그렁 맺혔다
...
당신이 말라버린 오후
또렷한 기억처럼
내리비추는 햇살과
빛바랜 나무에서 일렁이는
슬픔들의 물비늘
유품처럼 남겨진 세상의
마른바람 소리
....
당신만이 가득한 세상에서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