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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기드문소년 Jul 29. 2015

메르스가 종식된 지금, 그때의 우리를 돌아본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오랑이라는 알제리의 항구 도시, 그곳의 어느집 문 앞에 쥐 한 마리가 죽어있습니다.

곧이어 그늘 속에 숨어있던 도시의 모든 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피를 토하며 자신의 죽음을 사람들에게 알리죠.

그리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갑니다.

사람들은 그 현상을 외면하고 싶어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것이 준비되지 않은 자신들 앞에 성큼 다가온 재앙이었음을.



의사 리유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합니다. 그는 의사였고, 의사의 임무는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그것을 고치려 애쓰는 것입니다. 그 뿐이죠.


타루는 리유를 찾아와 자원봉사단을 만들 것을 건의했고, 그 수장 역할을 자처해서 맡습니다. 그는 어렸을 적의 경험으로 인해 생명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없음을 인지했어요.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을 죽이거나 또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죽이는 상황을 정당화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페스트에 대항하는 겁니다. 어떠한 영웅적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기자 랑베르는 오랑의 비위생적 도시환경을 취재하러 왔다가 비위생보다 더 무서운 환경에 처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이방인임을 강조하면서 아내가 있는 파리로 탈출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탈출   스스로 그 의지를 꺾습니다. 결국 자신 역시 페스트를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임을 인정.   그들의 곁에서 페스트에 맞서 싸웁니다.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가 처음 시민들을 엄습하자 그것이 불경한 사람들에 대한 신의 분노라고 설교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페스트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고, 그것은 그의 신앙을 위협하기까지에 이르죠.


마지막으로 코타르는 범죄자입니다. 그는 도시의 혼란 상황을 반기고, 심지어는 그 상황을 즐기기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가 감옥에 가지 않게 됐다는 안도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페스트로 사람 혼란스    모습이 자신의  과 비슷해졌기에 동질감을 느꼈던 이유도 있겠죠.



카뮈는 페스트가 발생하고 소멸하는 한 도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했습니다.

누구라도 죽음 앞에서는 솔직해 질 수 밖에 없고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에는 인간의 비열함, 비겁함, 치졸함과 같은 보잘 것 없는 모습과 재앙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군상, 종교의 무상함 등의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카뮈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인간의 사랑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행위(수단) 역시 중요하지만 사랑의 대상(목적)을 그 행위에 경도되어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책의 가치는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걸작'이라는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전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언하건데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각자 자신 안에 페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왜냐하면 실제로 아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사람 낯짝에 대고 숨을 내뱉어서 그자에게 병균이 들러붙도록 만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병균이기 때문입니다.

그 나머지 것들, 예를 들어 건강함, 성실함, 순수함 등은 이를테면 의지, 그러니까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의지의 산물이죠.

존경받을 만한 사람, 즉 어느 누구에게도 병균을 옮기지 않는 사람이란 되도록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 본문 중에서




+

이 책의 백미는 타루가 전하는 그의 과거사와 그가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여러 인물들을 같은 비중으로 교차해서 보여주기에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카뮈는 아마 타루를 통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생각과 사상과 행동양식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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