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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기드문소년 Oct 22. 2015

The Origin of Love

플라톤 <향연>

왜냐하면, 사랑을 주는 사람은 신들린 상태에 있으므로 사랑을 받는 사람보다도 신과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본문 중에서



이미지는 이제이북스의 『향연』이지만, 저는 동서문화사 본으로 읽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하고도 6개월) 전, 저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고 난생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았습니다. 스무 살의 '경상도 촌아'에게 대도시 서울은 신세계였죠. 그냥 모든게 다 새로웠다고나 할까요. 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과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DVD방에 갔던 3월의 어느 날이. 그때는 그런게 유행이었답니다, 코딱지 친구들.

그날 저는 <헤드윅>이라는 영화를 봤습. 그리고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았죠.    들만 모여있    게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의 소재를 다룬 컨텐츠는 이전까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사실 영화를 보는  충공깽이긴 했지만, DVD방을 나오면서 머리 속에 맴돌던 노래는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헤드윅> 초반에 나오는 OST인 'Origin of Love'였습니다.



When the Earth was still flat And clouds made of fire
땅은 아직 평평하고 불구름이 떠 있던 그때

And mountains stretched up to the sky Sometimes higher
산맥은 하늘까지, 그보다 높게 뻗어 있었어

Folks roamed the Earth Like big rolling kegs
사람들은 마치 커다란 술통처럼 땅 위를 굴러 돌아다녔지

They had two sets of arms They had two sets of legs
그들은 두 쌍의 팔, 두 쌍의 다리

They had two faces peering Out of one giant head
그리고 큰 머리 양 면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어

So they could watch all around them As they talked while they read
그래서 온 주위를 다 볼 수 있었고, 읽으면서 말할 수 있었고

And they never knew nothing of love It was before th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 사랑의 기원전이었으니까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사랑의 기원

Now there was three sexes then
그 때는 세개의 성이 있었는데

One that looked like two men Glued up back to back They called the children of the sun
두 남자가 서로 등이 붙은 것 같은 해의 아이들

And similar in shape and girth Was the children of the Earth
비슷한 모양과 크기의 땅의 아이들

They looked like two girls Rolled up in one And the children of the moon
그들은 두 여자가 하나로 합쳐진 것 같은 모양이었어

And the children of the moon Looked like a fork shoved on a spoon
그리고 달의 아이들이 있었지, 숟가락과 포크가 합쳐진것처럼

They was part sun, part Earth, Part daughter, part son
한쪽은 해, 한쪽은 땅, 한쪽은 여자 한쪽은 남자

The origin of love
사랑의 기원

Now the gods grew quite scared Of our strength and defiance
이제 그들의 힘과 저항에 신들은 겁을 내기 시작했어

And Thor said, “I’m gonna kill them all with my hammer Like I killed the giants”
토르가 말했지, "거인들에게 그랬듯이 내가 그들을 망치로 쳐 죽이리라"

But Zeus said,
그러자 제우스가 말했어

"No, You better let me Use my lightning like scissors
Like I cut the legs off the whales Dinosaurs into lizards.”
"아니, 내 번개가위로 잘라주지, 에전에 내가 고래의 다리를 잘르고 공룡을 도마뱀으로 조각낸 것처럼"

And then he grabbed up some bolts He let out a laugh Said,
그리고 그는 벼락을 쳐들고 웃었어

“I’ll split them right down the middle Gonna cut them right up in half.”
"내가 그들을 정확히 반쪽으로, 한가운데를 갈라 주리라"

And the storm clouds gathered above Into great balls of fire
그리고 비구름이 모여들어 거대한 불덩이가 되었어

And then fire shot down From the sky in bolts
하늘에서 불이 벼락이 되어 떨어졌지

Like shining blades Of a knife
번뜩이는 칼날처럼

And it ripped Right through the flesh Of the children of the sun And the moon And the earth
칼날은 해와 달과 땅의 아이들의 살을 찢어 갈라 놓았어

And some Indian god Sewed the wound up to a hole
어떤 인도 신이 상처를 꿰메어 작은 구멍으로 만들어서

Pulled around to our bellies To remind us of the price we pay
배꼽을 만들었어, 우리가 치른 대가를 잊지 않도록

And Osiris and the gods of the Nile Gathered up a big storm To blow a hurricane
오시리스와 나일강의 신들은 태풍을 불러들였지

To scatter us away In a flood of wind and rain
비바람과 홍수가 우리를 흩어 놓도록

 A sea of tidal waves To wash us all away
밀물과 썰물을 불러 우리를 흩어 놓도록

If we don't behave They'll cut us down again
착한 아이처럼 굴지 않으면 신들은 다시 우리를 갈라 놓겠지

And we'll be hopping around on one foot And looking through one eye
우리는 한 발로 뛰어다니고 한 눈으로 보게 될거야

Last time I saw you We just split in two
마지막으로 너를 봤을땐, 우리는 막 둘로 나뉘어진 참이였어

You was looking at me I was looking at you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보고 있었지

You had a way so familiar, I could not recognize
너를 어쩐지 알 것같았지만, 그렇지만 알아볼 수 없었어

Cause you had blood on your faceI had blood in my eyes
네 얼굴에, 내 눈에 피가 묻어 있었으니까

But I could swear by your expression
하지만 네 표정을 보면

That the pain down in your soul Was the same as the one down in my mine
네 영혼 밑바닥의 고통은 내 것과 같은 종류라고 난 확실할 수 있어

That's the painIt cuts a straight line Down through the heart
심장을 반으로 쪼개 놓은 것 같은 그 고통

We called it love We wrapped our arms around each other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 우린 서로 보듬어 안고

Tried to shove ourselves back together We was making love Making love
처음처럼 한 몸으로 돌아가려고 사랑을하지, 사랑을 하지  

It was a cold dark evening Such a long time ago When by the mighty hand of Jove,
그건 아주 오래전 어느 춥고 어두운 저녁, 전지전능한 신의 손에 의해

It was a sad storyHow we became Lonely two-legged creatures
어떻게 우리가 외로운 두발 짐승이 되었는가 하는 그런 슬픈 이야기

It’s the story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사랑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 그게 사랑의 기원이야

Yeah,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사랑의 기원

가사 출처 : 도리 님의 <영화 속 그 음악> - 다음 블로그






한때 플라톤 철학에 빠져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군입대 전, 20대 초반 즈음이었던 것 같네요. 『소크라테스의 변명』, 『국가』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소크라테스(대다수의 플라톤의 저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죠)의 논리적인 대화법에 감탄했었죠.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동시에 진리를 도출해내는 소크라테스는 섹시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플라톤의 모든 책들은 대화체로 씌여져 있어서 비교적 읽기도 쉬웠고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단번에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것을 시작으로 저는 서양 철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소피의 세계』를 읽으며 철학사를 훑어보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어봤었던 것도 그 직후였어요.

헌데 플라톤의 저서 중에서도 꽤 유명한 축에 드는 『향연』은 안 읽어 봤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고요, 그냥 게을렀달까요.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뒤, 최근에서야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향연』인 이유는 바로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들이 편하게 누워서 술을 퍼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작품 속 모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플라톤 초중기 작품들의 제목은 대부분 『크리톤』, 『카르미데스』, 『라케스』, 『파이돈』과 같이 사람들의 이름으로 지어져있는데 이는 각 작중에서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의 이름입니다. 반면에 『향연』은 플라톤 중기의 대표작이긴하지만 사람의 이름이 아닌 상황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이네요.



Akseli Gallen-Kallela , 1894



아테네의 비극 작가 아가톤은 희곡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고 그의 집으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돌아가면서 '에로스'(사랑)에 대해 헌사를 보내기로 하죠.


먼저 파이드로스는 사랑이 인간을 정의롭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람들은 위선없이 올바르게 행동하려 한다는 것이죠.

파우사니아스는 사랑의 두 가지 면모를 보여줍니다. 저속하고 지상의 사랑인 '판데모스'와 고결하고 천상의 사랑인 '우라니오스'가 그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마땅히 우라니오스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에뤽시마코스는 파우사니아스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에로스의 두 측면이 만물에 내재해 있다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의학, 음악, 심지어 자연현상인 계절의 변화에도 에로스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에뤽시마코스는 에로스가 만물을 관장하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라고 설파합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해줍니다. 여기서 <Origin of Love> 가사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등장하죠.

태초에 인류의 모습은 두 사람이 등을 붙이고 네 개의 팔다리와 두 얼굴을 가진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푸스의 신들은 인간의 힘과 욕심을 우려하고 경계했습니다. 결국 신들은 인간을 반쪽으로 갈라놓았고, 인간은 자신들의 태고적 모습, 즉 온전한 존재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이 완전한 것에 대한 욕망과 추구에 사랑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이어서 아가톤은 에로스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 때문이 아니라, 에로스라는 신 자체가 훌륭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칭송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합니다. 에로스는 젊고 아름다운 신입니다. 또한 에로스는 선량한 성품과 절제미를 지니고 있으며, 용감하고 지혜롭기 때문에 인간은 에로스를 찬미해야 한다고 아가톤이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조용히 듣고 있던 소크라테스가 드디어 입을 뗍니다. 그리고 모두까기 스킬을 시전하죠.

'니말 잘 알겠어. 근데 말이지,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데...'

그러고는 자신의 사랑론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라는 무녀와 나눈 대화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 핵심만을 추려 요약하자면 '사랑이란 선한 것을 영원히 갖기를 갖기를 바라는 것'이며, '영원불멸하는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플라톤은 변화하는 것은 가짜이고, 불변하는 초월적 존재만이 진짜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변하는 초월적 존재가 바로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입니다. 이데아론에서 이데아는 현상 세계 밖의 세상이며 이데아는 모든 사물의 원인이자 본질입니다.


그러니까 『향연』은 플라톤의 이데아(Idea)론을 사랑이라는 소재에 적용한 책입니다. 덕, 경건함, 영혼 등의 나름 엄숙한 주제를 다루던 플라톤이 사랑을 말하다니. 에로스에게 찬미를 바치자고 할 때, 저는 이 책이 조금은 귀여워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 유명한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됩니다. 플라톤은 사랑을 지혜의 궁극에 이르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은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사랑하는 것이죠.

즉, 플라톤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사랑은 마음과 영혼을 고무시키고 정신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이는 후대에 플라토닉 러브로 불리게 된 것 입니다.



손에다 뽀뽀 많이 해준다고 플라토닉 러브는 아닙니다.



플라톤이 『향연』을 통해서 서술하고 싶었던 내용은 깊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의 대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사랑의 이데아'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작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보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에 더 매료되었습니다. 물론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는 다른 연사들의 논리적인 해석에 비하면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가깝죠.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의 반쪽을 찾아가고자 하는 여정이다'라는 그 말이 제게 어찌나 낭만적으로 다가오던지요.

아마 썸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고백한다면 솔로탈출은 따논 당상일 겁니다.

"있잖아, 옛날 옛날에 사람은 팔이 네 개, 다리도 네 개, 얼굴이 두 개였대…."

하지만 그전에 썸녀를 만드는게 우선이겠네요...ㅠㅠ


『향연』을 읽으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존 카메론 미첼 버전의 <Origin of Love>를 반복해서 실컷 들었습니다.

10여년 전, 제가 그렇게나 찬양해 마지 않았던 플라톤의 철학이었는데, 서른이 된 지금 다시 플라톤을 읽었더니 몇몇 군데에서 허점이 보입니다.(맙소사!) 더군다나 그 철학 자체가 매력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떨어져 보이네요. 소크라테스가 이런 저를 본다면 가소롭다고 비웃을 일이겠지만, 제 머리도 예전보다는 더 굶어진게죠.

아니, 무엇보다도! 사랑에 이데아가 웬 말입니까. 궁극적인 지혜에 이르기 위해 사랑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게 제 머리로는 이해되지도,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네요. 그보다는 원래 인간은 두 사람이 한 몸으로 붙어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옛날 이야기가 '사랑'이라는 주제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by phoenixtsukino on DeviantArt



이런 연유로 해서 옛적부터 서로의 사랑(에로스)은 사람들 속에 뿌리박혀 있게 되어서, 그것은 사람을 옛적의 본연의 모습으로 결합하는 신이며, 두 개의 반신을 한 몸으로 만들어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고치려는 신입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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