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꿈현 Jun 04. 2020

이직을 하면 인생이 달라질까!?

이직을 해도 인생이 바뀌지 않는 것은 알아. 하지만 항상 꿈꿔 이직을..

'아쉽지만 최종면접에 불합격하셨습니다'

헤드헌터에게 온 문자에 쓰인 단어... 불. 합. 격.


순간 묘한 실망감과 함께 가슴이 아려왔다. (상처 ㅠㅠ)

그러나 아파할 시간도.. 아픔을 나눌 지인도 마땅치 않았다.


뭐든 확실해지기 전까지 주변에 잘 말하지 않는 내 성향 상 이번 이직 시도에 대해 가족이든 친구, 동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또 코로나 19로 인해 최종 합격해도 취소하는 케이스도 많다고 들어서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요즘엔 현재 직장일도 많이 바쁜 편이라 가슴 아픈 문자를 이내 덮고 현재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집에 와서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갑자기 그 불합격이 다시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Par1) 3개월 간의 노력이 물거품... 이럴 거면 1차에서 떨어지는 게 나았겠다ㅠ

무려 3개월에 걸쳐 진행된 5차 전형의 최종면접 결과였다.


서류- 1차 면접- 인적성검사- 2차 면접- 3차 면접.. 다섯 개의 전형을 3개월에 걸쳐 천천히, 꼼꼼하게 진행했었다. 특히 중간중간에 코로나 19로 인해 전형 결과나 면접도 굉장히 신중하게, 몇 번의 확인을 통해 진행됐다.


3번의 면접마다 거리가 가깝지는 않아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갔어야 했다. 다행히(!?) 지금 팀장님은 왜 휴가를 사용하는지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3번의 평일 휴가가 연이어 반복이 되자 이내  "요즘 무슨 일 있나요? 편하게 차 한잔할까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했다-0-;;;ㅎ (사람의 촉이란..ㅎㄷㄷ)


세 번의 (눈치 보이는) 휴가, 포트폴리오와 면접을 준비했던 과정, 합격/불합격을 기다리던 맘 조리던 긴장감, 면접을 보고 나와서 후회와 곱씹어봄, 아무에게도 나눌 수 없는 일련의 갈등과 고민들(왜 그렇게 답변했을까? 등등),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이유로 인해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을까? 궁금증과 아쉬움...


긴 면접 과정을 거치던 지난 3개월간의 일상이었다. 긴장감의 연속이랄까ㅠ


면접 전형을 운 좋게 통과할 때마다 현재 회사에서 마음이 붕붕 떠갔고ㅠ(다른 곳으로 떠날 수도 있다는 설렘이랄까?) 지원했던 회사는 1분기 실적이 엄청나게 좋아서 주식도 상한가를 쳐가며 점점 유명해지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원했던 회사는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은 훨씬 우수하다. 경영진도 오픈마인드로 보였고(실상은 모르지만..) 언텍트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받는 산업군이라 앞으로도 유망할 것 같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고 앞으로 유망한 회사라고 생각했던 곳이라 떨어진 게 무척 아쉽다ㅠ


원래 이 회사는 2차 면접까지만 합격하면 최종 합격하고 입사를 하는 곳인데, 하필 내가 지원한 곳은 부사장급 임원분께서 꼭 면접을 보길 바라셔서 3차 면접까지 있다고 했다. 왜 내가 지원하는 분야는 쉽게 쉽게 가는 경우가 없을까ㅠ(이 것도 운발 같다..ㅋ 다른 직무라면 이미 합격하고 옮겼을 텐데... 나도 참 쉽게 쉽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ㅜㅎ)


맨 처음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먼저 와서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분야가 딱 내가 일해왔던 분야와 100% 일치했다. 사실 '이 분야에서는 나만큼 오래, 잘 아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나름의 근자감을 가지고 지원했는데..


역시 세상엔 예상치 못한 고수들, 전문가들 그리고 운발이 있었다ㅠ

Part2) 막상 가고 싶은 곳도 마땅치 않으면서 왜 항상 이직을 꿈꾸는가?

나는 직장인 13년 차다. 그리고 13년간 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한 회사에 13년을 다녔다고 하면 다들 놀랜다.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어떻게 한 회사에 10년을 넘게 다녀!?"에 가깝다^^;;ㅎㅎ


그렇다. 나도 이직을 꿈꾼 지 13년 차가 되었다. 사실 입사와 동시에 이직을 꿈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나는 왜 이 곳에 13년이나 머무르고 있을까?


사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산업군에서는 견고하고 본사 위치도 나쁘지 않고 워라벨도 우수하다(사기업인데 거의 칼퇴를 많이 한다) 게다가 복지도 나쁘지 않다. 연봉이 높진 않은데 그래도 막 낮다고도 말을 할 순 없다.


가장 좋은 건 인성 좋은 실무진들이 꽤나 있다. 막 튀려고 하지도 않고 조용하게 소소하게 성실한 좋은 사람들도 많다. (단, 팀장 이상 임원급들은 정치력이 좋을 뿐 내 기준에 실력이나 인성은 좀 별로인 것 같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조건들이 많은데 왜 항상 이직을 오랫동안 꿈꾸냐고?


단 한 가지다. 일하는 문화와 조직문화.


다른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잣대인 '일하는 문화와 조직문화'가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


이상하게 주변에 괜찮은 실무진들은 많은데 의사결정을 하는 팀장/임원급이 되면 실력과 일보다는 정치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리더급이 되시는 분들의 인성이 그렇지 않은 분들과 비교해 그다지 우수하지 않은 것 같다ㅠ (다른 회사들도 이럴려나-0-;;;;;ㅋㅋㅋ)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괜찮아 보였던 사람이 힘을 가지게 되면 이상해지는 걸까?


어쨌든 회사의 여러 가지 조건이 객관적으로 볼 때 나쁜 것은 아니나... 나는 항상 이직을 꿈꿔왔고 앞으로 아마도 그럴 것 같다.


Part3) 이직을 하면 인생이 달라질까?

우리 회사는 이직이 아주 잦은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회사 외 친구들 중에서는 자주 이직을 한 사람들도 많다.


사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한데..

이직을 해서 1년이 지나서 "와 나 이 회사 너무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케이스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문화가 아주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해외취업 정도면 많이 달라질 것 같긴 한데.. 사실 한국기업에서 한국기업, 그리고 한국 문화가 팽배한 외국계 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것은 사실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는 것 같진 않다.


내가 항상 중요시하는 건 '마인드'인데 주변을 관찰한 결과..


이직을 해서 달라지는 것은 객관적인 환경의 놀라운 업그레이드라기보다는 (물론 이런 케이스도 있을 순 있지) 이직을 하면서 '그래 여기도 비슷하구나.. 내가 더 뭘 바라겠어'라고 어느 정도 조직에 대한 환상을 포기해가는

구직자의 마인드처럼 보인다^^;; 매우 슬프긴 한데...ㅠㅋ


이직을 하면서 환경이 매우 매우 놀랍게 변화한 케이스는 운이 정말 좋은 케이스인 것 같고^^  


대부분 엇비슷한 곳으로 가서 금방 현실의 비루함을 또 한 번 느끼고.. 또 다른 탈출을 꿈꾸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이직 결과인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인생에서 이루지 못하지 못한 것에 계속 미련을 남아하는 것보다는 이 상황이 똥인지 된장인지 경험을 해보고 포기를 하든, 다른 안을 찾아가는 것이 경험을 안 해본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직을 꿈꿀 것이고, 마음이 좋은 때에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오면 시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너무 싫어서 미칠 것 같은 시기에 감정적인 이직은 조심할 것이다. 주변에서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싫어서 피하고 싶은 마음에 '업그레이드'나 '성장' 기회가 있는 곳이 아니라 대피성으로 옮기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굉장히 후회를 많이 하더라..


'구관이 명관이라고들ㅠㅠ'


Part4) 결과는 받아들였지만 끝까지 찝찝한 이유...

어쨌든 거의 다 된 것 같았던 최종면접의 불합격은 나에게 약간의 상처로 남았지만 내가 이직할 회사의 기준에 대해 더 명확히 하고 내 객관적인 위치(몸값?ㅠㅠ)를 확인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에 헤드헌터와 회사 측에서 명확한 최종면접 탈락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 부분은 매우 아쉬웠다.


3개월 동안 여러 번을 만난 구직자에게 명확한 이유도 없이 그냥 '탈락' 통보라니 말이다.


그래서 결과는 받아들였지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why? 에 대한 찝찝함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회사들은 구직자들에게 합불 통보를 할 때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 공유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헤드헌터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표현을 꾸미거나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젠틀하게 피드백해주는 것은 구직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의외로 정말 가벼운 불만토로 앱 정로도 생각했던 '블라인드 앱' (직장인들이 많이 쓰는 익명 앱)을 많이 참조했는데, 꽤나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경력직 이직 때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매너로 구직자들을 대하는 회사들의 케이스들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너무 속상해서 최종 탈락에 대해 쓴 글에도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하신 직장인들이 위로도 해주어서 묘하게 힘을 얻기도 했다. (아 나만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었구나 이런 위로감이랄까...ㅋ)


어쨌든... 나는 내일부터 다시 이직을 꿈꿀 것이다ㅋㅋ


원래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는 삶은 없다.


그리고 가끔은 너무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이 현실에서 유일하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탈출구)'을 꿈꿔보는 것 자체로 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 문(탈출구)이 실제로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존재하면서 내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마인드)을 가지고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직의 꿈'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