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수많은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26살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나름대로 계획적인 사람으로, 자신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계획을 꾸준히 세워왔다. 우선 자신의 전공을 살려 출판업계에 취직을 한 다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실력이 늘면 회사를 나와 직접 출판사를 차려 운영할 계획에 있다. 그전에 일단 취직을 하면 B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수년 동안의 솔로 생활도 청산할 생각이다.
그런데 A는 본인이 계획한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입사 지원은커녕 지원서조차도 쓰지 못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출판업계에 대한 평판, 평소 A를 잘 아는 사람들의 간섭, A보다 먼저 취직한 B까지 주변의 모든 것들이 A의 자존감을 점점 깎아 내려갔다.
'전공이고 뭐고 그냥 남들처럼 일단 취직이나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괜히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입사 지원을 했다가 계속 떨어지기만 하면 어떡하지?' '입사를 하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연봉을 받지 못해서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진 않을까?' 'B가 너무 좋긴 한데 고백했다가 차이면 어떡하지?'
A는 점점 작아졌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설렘보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자랐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자신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고 급기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이르렀다.
실패 또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성장 가능성을 포기하는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요나 콤플렉스'라고 한다. 이 개념을 제안한 매슬로에 의하면 인간의 내부에는 안정과 방어를 추구하는 과거 지향적인 마음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외부세계에 맞서는 자신감이 항상 충돌한다고 한다.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A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럽다. A는 자신의 잠재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직 입사 지원을 하지도 않았지만 떨어질까 두려워하고 고백을 하지도 않았지만 차일까 봐 걱정한다. 이는 매슬로가 말한 '안정과 방어를 추구하는 과거 지향적인 마음'이 이긴 결과로 볼 수 있다. A로서는 어쨌든 그런 도전들을 하지 않으면 입사에 실패하거나 B에게 차이는 슬픔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A는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든 위로받고 싶어서 C를 불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C는 A의 고민을 한참 동안 듣고 있더니 답답하다는 듯 결국 몇 마디 내뱉었다.
"그냥 일단 해 봐!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으면 일단 해보는 거지!" "그러니까 했다가 잘 안되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그때의 네가 생각할 일이지! 지금 네가 걱정한다고 안되던 게 잘 되겠냐?" "그런가..." "맨날 생각만 하지 말고 해 봐! 일단 움직여야 뭐가 되지!"
C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어쩌면 정답에 가깝다. 그러고 보니 C는 항상 저질러 놓고 보는 타입이라 계획만 세우다가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A와는 결이 달랐다. A 역시 C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결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래 쟤니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지. 말은 쉬워. 그렇게 못해서 문제지."
A는 술에 취해 비틀대며 집에 돌아와서는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웠다. C가 A에게 해준 말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A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A도 일단 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다. C가 했던 말들이 계속 귀에 맴돌았지만 여전히 A는 C처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걔는 어떻게 그렇게 항상 자신감이 넘칠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C라고 해서 뭐든지 잘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까지의 C를 떠올려보면 그는 뭐든 잘하기 때문에, 또는 본인이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서는 법이 없었다. 다만 C는 항상 처음 해보는 것을 대할 때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재밌겠는데?'
맞다, 재미였다. C는 단 한 번도 잘 안됐을 때를 걱정한 적이 없다. 그냥 재밌을 것 같다며 일단 덤벼들고 봤다. 더 생각해보니 A는 C가 지금껏 실패했던 경우도 많이 봐왔다. 그런데 그때마다 C는 그냥 멋쩍게 웃어 보이며 '에이 안되네.' 하고 말았다. 좌절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 실패했는지를 생각하고 다음은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며 더 즐거워했다.
A도 그런 경험이 분명히 있었다. A는 요리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집에서 본인이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했다. 요리할 때의 A는 그야말로 과감함 그 자체였다. A가 처음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던 때, 그는 인터넷에서 레시피도 찾아보지 않았다. 단지 그의 손이 가는 대로, 머릿속에 떠오른 그대로 양념을 치고 간을 했다.
그렇게 신들린 듯 요리를 하던 A는 그만 간장을 두 스푼이나 넣고 말았다. 완성된 김치볶음밥은 강렬한 간장 맛으로 인해 김치볶음밥 본연의 맛을 잃을 정도였다. 그래도 A는 즐거웠다. A는 그저 그 간장 맛 김치볶음밥에 소주를 한 잔 곁들이며 웃어넘겼다.
'다음에는 간장을 한 스푼만 넣어야겠네.'
항상 도전을 두려워했던 A도 남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하나쯤은 있었던 것이다. 이때 그것이 아주 사소한지 대단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A는 자신에게도 도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A는 언제든지 그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꺼내 몸에 두를 수 있게 되었다.
도전은 새로운 것을 꾸준히 탐구하고 목적을 이루었을 때의 기쁨을 향해 나아가는 값진 행동 또는 마음가짐이다. 도전을 설렘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일단 저질러 놓고 나서 생각하지 뭐'라며 부딪히고 넘어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모두 나의 경험'이라며 도전의 과정부터 결과물까지 모든 것을 사랑한다.
A가 간장 맛 김치볶음밥을 먹으면서도 즐거웠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마 그때의 A였다면 그 김치볶음밥이 간장 맛이 아니라 짜디 짠 소금 맛이었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은 소금을 반 스푼만 넣어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을 테니 말이다. 이런 A의 첫 김치볶음밥이 입사 지원이나 고백에 비해 너무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