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프로테우스 인간

by 데어릿

어느 금요일 저녁, 친구들은 오랜만에 파티라도 하자며 A를 술집으로 불러냈다. 대학교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인데 요즘은 다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이렇게 단체로 모일 기회가 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언제 취업하냐며 한숨을 내쉬던 그들이었지만 A를 포함하여 이제는 다들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술잔을 털며 사회에 대한 한탄을 털어놓는 그런 나이들이 되었다.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역시 즐거웠다. 대학교 때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들부터 회사 생활을 하며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까지 술상에 늘어놓으며 웃기도 하고 한숨도 내쉬어 가며 연거푸 술을 마셨다. 직장인으로서 다들 철든 척을 하고는 있겠지만 여전히 천진난만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A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쟤는 분명 회사에서도 저렇게 말 많고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할 거야."


친구 중 한 명이 A를 향해 말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A는 언제 어디서든 활발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자신과 함께 놀던 A의 모습밖에 보지 못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닌데? 나 회사 출근하면 진짜 말 한마디 안 하고 일만 계속해."


친구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럴 리가 없다고 단언했지만 A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친구들과 놀 때의 A는 그 누구보다 활발한 사람이지만 A의 내면에는 진중하면서도 침착한 또 다른 A가 있었다. 적응력이 뛰어난 A는 처한 상황에 맞춰서 자신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테우스는 뛰어난 예언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예언하기를 싫어해서 예언을 들으러 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신을 자꾸 변화시켰다. 여기에 빗대어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행동과학 연구팀은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사회와 조직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A 같은 사람을 '프로테우스 인간'이라고 명명했다.


A는 실제로 친구들과 밤새도록 추고 노래하며 술을 마시기도 하고, 회사에 출근해서는 말없이 일에만 집중하기도 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며 심지어는 혼자서도 잘 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결과 A는 어떤 무리에 속해 있더라도 위화감 없이 잘 스며든다는 말을 항상 들어왔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진짜 부럽다."


그런 A를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저마다 자신의 환경에 어느 정도는 적응을 하고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 적응력도 갖고 있겠지만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A의 적응력은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A는 그런 것들이 무조건 좋은 것들은 아니라며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 어떤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코어가 되는 자아"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생각 안 하고 그 무리에 적응하기 위해서 남들의 선호만 좇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어."


진정한 프로테우스 인간은 그 어떤 환경에 적응하다가도 언제든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적응을 위해 남들의 선호를 좇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모든 사람의 선호를 맞춰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로는 거절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그 무리를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순간도 언젠가 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자신의 본모습, 즉 "코어가 되는 자아"가 없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A가 친구들에게 그렇게 설명하자 친구들은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새 술병은 비워져 있었고 신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진중한 분위기가 술자리에 감돌았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A는 금세 적응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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