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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어릿 Mar 27. 2024

사과농장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다

애플을 압박하는 내, 외부적 요소들

애플 생태계는 상당히 폐쇄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나 윈도우를 주로 쓰는 사람들이 처음 애플 생태계를 접하면 ‘불편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하지만 한번 사과농장을 차린 사람들은 다른 제품으로는 절대 못 넘어갈 것 같다고 말하죠. 락인(Lock-in) 효과가 제대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애플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이런 사과농장의 울타리가 점점 무너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외부적으로는 미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당하는가 하면 지난 7일에 EU가 시행한 디지털시장법의 첫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죠. 애플 내부적으로도 현재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AI 방면에서 크게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러한 내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애플이 어떻게 바뀌었고, 또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예상해보고 이후 우리가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뇌피셜을 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Source: Apple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울타리

: 아이폰15 C타입 탑재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사과농장의 울타리는 사실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9월 애플이 공개한 라이트닝 케이블은 아이폰14 시리즈 모델까지 사용되었지만 EU의 규제에 의해 2023년에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부터 C타입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애플의 모든 모바일 기기들은 C타입을 탑재하게 되었죠.


라이트닝 포트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던 5핀 케이블에 비해 방향의 제약 없이 편리하게 꽂을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빠른 데이터 전송, 더 빠른 충전이 필요하게 되면서 라이트닝 케이블은 점점 시대에 뒤쳐지기 시작했죠.


애플은 2018년도에 들어 아이패드 프로에 먼저 C타입 케이블을 적용하면서 조만간 아이폰에도 C타입을 적용하여 케이블 대통합을 이루는가 싶었지만 2023년에 와서야, 그것도 EU의 규제에 등 떠밀려 C타입으로 바꿨습니다. 그마저도 아이폰15 일반 라인에는 여전히 USB 2.0을 적용하여 애플은 또 장난질 하는 거냐는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요즘은 유선 케이블을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일상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사진이나 문서들은 무선으로도 충분히 전송이 가능하고, 충전 또한 맥세이프를 이용하면 무선으로 할 수 있죠. 그러나 없어서 못 쓰는 것과 있는데 안 쓰는 것은 다릅니다.


C타입 탑재 유무는 단지 C타입 케이블을 쓰냐, 안 쓰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밖에 나갈 때 케이블을 하나 더 챙기냐 챙기지 않냐의 차이죠. 이런 점에서 보면 반쯤 장난질이긴 해도 아이폰에 C타입 케이블이 적용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상당히 좋은 일입니다.

Source: Apple



시장 하나가 통째로 흔들린다?

: EU의 디지털 시장법


2023 WWDC에서 IOS 17 버전이 공개되었을 때 애플은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들을 선보였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언제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타사 앱스토어를 허용하느냐 하는 것이죠. EU의 디지털시장법이 2024년 3월 7일에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IOS 앱을 배포할 수 있게 되었지만 EU에서만, 그것도 일부 개발자들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갤럭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삼성의 갤럭시스토어 모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를 통해 구매하였다면 원스토어까지도 사용할 수 있죠. 이에 비해 애플은 오직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어플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애플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아이폰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 정도를 넘어서죠. 조금 행복회로를 돌려보면 지금까지 PC나 안드로이드보다 비쌌던 결제 수수료가 평준화 될 수도 있고, NFC 외부 결제 개방을 통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애플페이 교통카드 기능 지원에 한발 더 다가 설 수도 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사이드로딩 허용에 따른 보안 취약 문제와 호환성의 문제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폐쇄적인 정책을 펼쳐왔던 탓에 보안 측면에서 안드로이드에 비해 강세를 보였고 호환성 또한 애플이 직접 앱을 검증하면서 같은 앱이라도 안드로이드에 비해 뛰어났죠. 여담이지만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RPG인 “원신”은 아직도 IOS 환경에서만 120Hz로 구동이 가능합니다.


EU의 디지털 시장법은 확실히 애플에게 외압을 강하게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애플의 안방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법무부에서도 현재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고 소비자들 역시 애플의 기기들은 너무 비싸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역대급 위기를 맞은 애플이 이를 어떻게 이겨나갈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Source: Apple



안쪽에서 무너지는 사과농장 울타리

: 애플 AI 도입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키워드는 AI입니다. 삼성이 갤럭시S24에 온디바이스 형태로 AI를 탑재한 데 이어 갤럭시 전 라인에 AI를 점차 도입하겠다고 선언했고 구글, MS 등 빅테크를 비롯해 중국의 여러 제조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모델을 출시했거나 개발 중에 있죠. 그에 따라 애플의 AI 개발 현황과 향후 아이폰 및 아이패드에 탑재 여부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AI가 아닌 타사의 AI 모델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애플은 구글의 제미나이, 챗GPT로 유명한 OpenAI를 비롯한 중국의 AI 기업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그 콧대 높던 애플이 웬일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그동안 AI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을 인수하는 등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에서 점점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지 어딘가 급하게 준비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타사의 AI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상대가 애플인 만큼 기존의 IOS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애플이 타사의 AI를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이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는 6월에 개최될 2024 WWDC에서 올해 출시할 아이폰16에 탑재될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한다고 하니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Source: Bloomberg



IT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애플이 역대급 위기를 맞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때 시총 1위까지 올라갔던 애플이 이어지는 아이폰 판매 부진과 AI에 대한 이렇다할 결과물이 없는 상황에서 MS나 구글 등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 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르죠. 사과농장 울타리가 위태로운 지금, 애플은 이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이고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해줄 것이며 또 어떤 식으로 우리를 갖고 놀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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