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5월 애플 이벤트
이번 애플 이벤트에서 약 1년 반만에 새로운 아이패드와 매직키보드, 애플펜슬이 공개되었습니다. M3를 건너뛰고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M4 칩셋, 새롭게 등장한 아이패드 에어 13인치 모델이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애플펜슬 프로, 펑션키와 햅틱 피드백을 지원하는 매직키보드가 이번 애플 이벤트를 통해 소개되었죠. 특히 M4 칩셋은 올해 WWDC와 9월 애플 키노트를 통해 소개될 애플 AI의 시작점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괴물같은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분명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좋은 제품들이었지만 현재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4세대를 사용하고 있는 저에게는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탐나는 제품들도 있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애플의 급나누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오늘은 M2가 탑재된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애플 이벤트를 뜯어보고, 과연 새 아이패드로 갈아탈 만한 가치가 있을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애플 이벤트에서 제일 기대했던 제품은 단연 아이패드 에어 13인치 모델이었습니다. 현지 M2 칩셋 역시 제가 사용하고 있는 환경에서는 이미 차고 넘치는 성능인데 다만 한 가지, 화면 크기가 작은 게 다소 아쉽게 느껴졌죠. 그래서 어느 정도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타협을 볼 수 있다면 아이패드 에어 13인치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애플 이벤트를 보며 느낀 아이패드 에어 13인치의 인상은 “화면 큰 것 빼고는 다 별로다”였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히 화면만 커졌을 뿐 LCD 패널을 사용한 디스플레이, 여전히 지원해주지 않는 120Hz 주사율이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죠. 그 외에도 스피커나 스마트폴리오 키보드 옵션이 아예 없는 것 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었는데 이전에 예상했던 대로 256GB, 셀룰러 모델 기준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와 아이패드 에어 13인치 모델의 가격이 거의 비슷하게 출시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단순히 화면 크기를 키우려고 좋은 기능들을 포기하면서 같은 가격을 지불하자니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죠.
이번 아이패드 프로 라인에는 최초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M4 칩셋을 탑재하면서 기존 M2 대비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이뤘습니다. 심지어 무게도 기존 아이패드 프로보다 100g 이상 줄이고, 두께도 아이팟 나노보다 더 얇아지면서 과연 역대급 아이패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이번 WWDC에서 공개될 애플 AI를 위한 초석은 확실히 다졌지만 그 대단한 성능이 저에게 필요한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의 디스플레이와 칩셋을 탑재한 덕에 이제는 가장 저렴한 아이패드 프로 모델도 가격이 올라 거의 200만원에 가까워졌고, 제가 원하는 용량과 셀룰러 옵션, 매직키보드와 애플펜슬까지 구매하게 되면 그 가격은 200만원 대 후반까지 치솟죠.
결론적으로 고성능이 필요한 상황이 기껏해봐야 고사양 게임을 돌리는 저로서는 이번 아이패드 프로 13인치 모델이 오버스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패드로 영상을 편집하거나 이미지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분들 역시 기존의 아이패드를 가지고 계신 상황에서 새 아이패드에 눈길이 갈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출시된 애플펜슬 프로는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극대화 시켜줄 수 있을 만큼 더욱 추가된 제스처와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13인치용 매직키보드는 글래스 트랙패드와 펑션키가 추가되면서 한 단계 진화한 느낌이 물씬 들었죠. 그러나 이 부분 역시 함정이 존재했습니다.
우선 애플펜슬 프로의 경우 이번에 출시되는 아이패드 에어와 프로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기존의 애플펜슬 2세대는 새로 출시되는 아이패드에서는 사용할 수 없죠. 애플펜슬이 업그레이드가 된 것도 좋고 2세대와 같은 가격인 것도 좋은데 굳이 새로 사야한다는 게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S펜을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옆동네 태블릿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죠.
매직키보드 역시 원래도 그랬지만 비싼 가격이 가장 발목을 잡습니다. 아무리 정품 매직키보드가 좋다고 한들 50만원 대의 가격은 확실히 부담이죠. 이것 때문에 아이패드를 살 바에는 맥북을 산다는 말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런 식으로 전용 매직키보드가 출시되는 건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죠.
이상의 이유로 이번 아이패드 새로운 모델은 아예 아이패드가 없거나 M1 이전의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계신 분들이 아니면 크게 메리트가 없어 보입니다. 다가오는 6월 WWDC에서 애플이 어떤 AI 기능을 공개할 예정인지, 그 기능들이 과연 얼마나 고성능을 요구할지는 봐야겠지만 일상적인 성능만 놓고 봤을 땐 아직 M1 칩셋의 아이패드 프로도 충분히 현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