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 16

by 꿈돌

< 응답 >

6/20 목요일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갑자기 해가 난다. 오브락(Aubrac 9km)이라는 자연 공원을 지나가는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라니 기대가 된다.

새 신발과 새로운 치료 덕에 발가락도 살만하다. 그래도 바람이 어찌나 부는 지 (초속 16미터) 폭풍의 언덕을 몇 개나 지나왔다. 그 와중에도 싸갖고 온 샌드위치도 먹고, 기분 좋아 노래도 부르고, 누가 보면 손가락을 머리위에서 몇 번 돌릴 것이다. '마이 아파' 그자체이다. 비가 한 두 방울 내리다 말아 안도의 숨을 내쉬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으나 어찌나 바람에 시달렸는지 머릿 속이 텅 빈 것 같다. 우린 일단 좀 쉬기로 했다. 나는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한 시간 정도를 깊게 자고 일어났다. 엄청 피곤했겠지.

저녁 식사는 르 뷰혼 오브락 이라는 곳에서 했는데 오래된 돌집으로 옛날엔 목동들이 치즈 만들고 쉬던 곳이란다. 묻어나는 옛스런 정취가 어찌나 아늑하고도 멋진지 프랑스인들이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하구나 싶었다. 7시에 문을 연다는 데 우린 미리 알아둔다고 6시 20분쯤 가서 예약해 놓고는, 그 동네에 있는 노틀담 성당으로 갔다.



역시 오래된 곳으로 돌로 지어졌고 스테인드 글라스인 창문과의 조화가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다. 제대 위에 아치형의 높은 천정이 안온하고, 오래된 돌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 저예요. 저 여기 왔어요.' 날이 흐려 성당 안이 어두웠지만 눈을 감고 기도하니 모든 돌들이 내게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문득 '이렇게 고생하고 왔는데, 분위기 있는 이런 곳에선 뭐라고 한 말씀 안해주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기도를 했을까. 잠시 기도하고 성당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온 세상이 회색빛이 되면서 비가 어마무시하게 쏟아진다. 그리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색빛의 평원에 번갯불이 내리 꽂혔다가 우르릉 쾅쾅~~ 헉! 소리가 어찌나 큰지 깜짝 놀랐다. 또 다시 하늘이 두쪽이 나는 듯 번쩍! 하다간 우르릉 쾅 쾅~~ 너무 세게 응답하시는 듯하다. 우린 걸어서 5분인 거리를 우비를 입고도 옷이 다 젖을 정도로 쏟아지는 빗속을 헤치며 레스토랑으로 갔다.

음식은 맛있었다. 쉐프가 직접 커다란 냄비를 들고 와 커다란 주걱으로 치즈를 젓다가 길게 끌어올린 다음 뚝 잘라 접시에 놓아준다. 그 옆엔 구운 고기.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많은 치즈와 고기를 먹었지만, 정말 소화도 잘되고 참 맛있었다.

먹고 나오니 비도 그쳤다. 아무 때나 응답을 구하면 안되나 보다. 아니, 계속 옆에 계신데 응답하라고 졸라대니 알아 먹으라고 크게 대답하셨나 보다. 한때는 늘 확실하게 대답 좀 해달라고 대답을 구하는 기도를 한 적도 있다. 그때 꿈을 꾸었다. 마루에 무릎을 꿇고 팔을 하늘로 향해 벌린체 나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의 기도는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 가고 있었고, 나는 그분께서 내 말을 다 들으신다고 확신했다. 그 후론 늘 주님께 말하듯 기도를 해왔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벌판을 건너오느라 힘들어서인지, 하느님께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나 보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숙소에 들어와 샤워하고 바로 누웠다. 아디오스! 잠이 폭풍처럼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