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 3
<사는 건가, 살아지는 건가>
목에 두껍고 둥그런 목받침을 하고 퇴원했다. 멀쩡히 걸어서...... 그렇게 뻣뻣하던 다리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내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남아있는 것 같았지만, 여러 번 계속되는 수술과 항생제 투여로 내 몸은 엉망이 되었다. 환절기마다 비염이 도져 기침과 콧물을 달고 살았고, 조금만 피곤해도 잇몸이 붓다가 이가 흔들려 임플란트 마저 해야 했다. 또 뭘 조금만 잘못 먹어도 얼굴에 뭐가 나거나, 배탈이 나서 며칠씩 설사를 하기도 했다. 살도 많이 찌고, 누르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당연히 걷기도 힘들어 많이 못 걷는데, 코로나로 걷기 모임마저 제대로 나가지 못하게 되니, 점점 더 체력은 떨어져 갔다.
생활 반경은 당연히 줄어들고, 무엇이든 힘들어 보이는 일은 포기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뒷방 늙은이가 되어가는 건가 보다.'
삼시 세끼 밥을 해 먹는 일도 힘들어 사 먹게 되고, 한 달에 두세 번 손주 보러 가는 일도 손주를 볼 땐 좋지만, 집에 돌아오면 삭신이 쑤셔 정말 곯아떨어졌다. 아이들도 없는 집에서 혼자 살겠다고 밥을 먹고 청소를 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일상이 이토록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게 나를 우울하게 했다.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나날들......
불과 얼마 전에 죽을 날을 받아 놓았었는데, 죽을 날이 좀 더 뒤로 갔을 뿐, 내게 달라진 게 크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게 남은 일은 이제 죽을 일 아니면 아플 일 외에는 남은 일이 없어 보였다. 다만 죽을 때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살게 해 주십사, 죽기 전까지 내 발로 걷고 내손으로 먹다 하루만 앓다가 당신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하는 기도를 하며, 그런 무료한 날들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이런 내게 도보 동호회에서 만난 언니야( 최선희 만 66세)가 침뜸을 배워보자고 제안했다. 침뜸이라니? 꿈에도 생각한 일이 없던 터라 처음엔 다소 의아했다. 너무 생소하고 뜬금없지 않은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가는 일도 번거롭고, 배워두면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듯했다. 더구나 배우는 일은 그리 힘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뜸사랑에 나가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라는 게 본래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론 후에 배우는 실기로 내 몸에 침도 놓고 뜸도 뜨면서 만 1여 년을 다녔다. 시험을 쳐서 정회원이 되고, 봉사국에 나가 임상도하고 하면서 매일 뜸을 떠서인지 몸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듯했다. 정규 수업을 마친 후에도 매주 특강 듣고 봉사국도 가면서, 진심으로 나의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뭔가를 공부하며 내 몸이 나아지는 경험은 내게 많은 힘을 주었고, 지루한 일상에 리듬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