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4

by 꿈돌

<보이지 않는 손의 이끄심>


언니야와 함께 공부하며 강의를 듣던 어느 날, 언니야가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la)를 간다는 것이다. 프랑스 남부에 있는 르퓌(Le Puy-en-Velay)라는 마을에서 시작하는 GR65라는 루트란다. 그러냐고, 무심히 듣던 내게 심지어 같이 가자고 제의를 한 것이다. 처음 내가 한 말은 “나는 못 가지요!” 였다. 참 나, 산티아고라고? 산티아고 같은 소리. 매일 걷는 것도 힘들겠지만 일단 열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내겐 불가능처럼 보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렇게 못 들은 척 하기를 몇날 며칠. 그런 나의 의식을 뚫고 내 맘 속에서 떠오르는 게 있었다. 언젠가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가 산티아고를 가는 것이었다는 것.

언니야가 내게 침뜸을 공부하자고 했을 때도 내게 침뜸이란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다. 어느 누구나 처럼 그냥 다리를 삐거나 몸이 허해지면 가서 침 맞고 약을 지어 먹는 정도. 내가 그걸 공부를 할 거라는 건 꿈도 꿔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침뜸을 공부하자고 권유를 받았을 때, 내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이끄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게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어떤 손길을 마다하지 않으면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어떤 일이 펼쳐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자는 제의도 내게 불가능하게 보이지만, 이 또한 어떤 이끄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걸 다 주시려는 그분의 이끄심.


그렇게 산티아고 행을 떠나게 되었다. 참으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언니야는 이미 산티아고를 두 번이나 갔다 온 사람이었고, 이번에도 모든 일정을 언니야가 다 계획했다. 모든 일정을 나에게 맞추다 보니 하루에 20km 이상 걸을 수 없어 10-15km 내외로 잡았고, 8백 키로나 되는 전 일정을 나는 다 걸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30일간 프랑스 르퓌에서 스페인의 팜플로냐까지 오백 키로 정도만 걷기로 했다. 나는 유튜브 몇 개만 봤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언니야만 믿고 출발을 준비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오랫동안 부어왔던 적금을 탔다. 난 이 돈을 나를 위해 쓸 결심을 했다. 65년간 살아오면서 잘 버텨왔다고 칭찬하면서, 내 자신을 위해 너무 힘들지 않은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무모하게(?) 이 여행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