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5

by 꿈돌

<나를 위한 여행>


떠나기 전에 많이 걷고, 무거운 짐도 메어보고, 훈련을 해야 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긴 겨울을 지나온 내 몸이 변덕스런 봄 날씨에 적응을 못하는 거다. 나아지겠지, 기다리느라 훈련도못하고 어영부영 날짜만 보내는데, 갑자기 이주일 전부터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고 침을 놓고 뜸을 떠도 나아지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기관지에서 쌕쌕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제 와서 못 간다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 비실대는 나를 데리고 여행을 결심해준 언니야에게, 머나먼 타국까지 가서 병간호를 하게 할 순 없었다. 고민을 하다하다 큰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온갖 검사를 다하고 나서 출발 하는 날 이틀 전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알러지성 천식이 좀 있지만 유럽은 공기가 좋아 괜찮을 거라면서 잘 다녀오라고.....

그렇게 떠나게 되었다. 만약을 대비해 기침약과 호흡 곤란할 때 먹을 약, 그래도 안 나으면 흡입해야하는 약까지, 약보따리를 가슴에 한 아름 안고......


부랴부랴 싸기 시작한 짐은 아무리 줄여도 10kg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우리의 커다란 배낭을 배달해주는 배달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공항까지는 메고 가야하고, 또 배낭을 멜 일이 전혀 없지는 않아 짐을 많이 쌀 수는 없었다. 짧은 팔 하나, 칠부 난방 하나, 긴팔을 입어야하면 팔 토시를 하고, 칠부 바지 하나, 긴바지 하나, 잠옷 한 벌(생활복과 겸함), 아래 위 속옷 두 개씩, 양말 두 켤레, 스카프 하나, 손수건 3장, 슬리퍼, 기능성 모자 1개, 침뜸 할 것들, 선크림과 화장품, 비누 1개, 수건 1개, 침낭 하나, 얇은 패딩 하나, 컵라면 4개, 세탁세재, 아로마 오일 몇 개, 순창고추장 튜브 3개, 라면 스프만 10개 등등.

커다란 (50L) 배낭에 꽉꽉 눌러 넣어 들어 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다. 그걸 메고 나와 집 둘레를 걸어 보았다. 내가 지는 짐은 늘 이리 버겁기만 한걸까. 그래도 65년을 버텨온 강단으로 등에 커다란 배낭을 업고 앞에 작은 가방을 맨 체 계단도 오르내려 보았다.

배낭을 메고 화장실을 갈 수 있을까 싶어 주유소 화장실을 들어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뛰어와 “아저씨, 여긴 숙녀 화장실이예요!” 하는 게 아닌가. “저 아저씨 아닌데요?” 하니 미안하다며 얼른 가던 길로 간다.

'참 나, 별일 다 봐.' 투덜대며 걷고 있는데, 산책을 가던 어떤 아주머니가 웬 짐을 이리 지고 다니냐고 물으셨다. 산티아고 가려고 한다니 너무나 부러워하셨다. 자기도 꼭 가고 싶었는데, 이젠 무릎도 안 좋고 뇌수술도 해서 포기 했다며 나를 위해 기도하시겠다고 한다. 정말 감사하다며 모르는 사람인데도 두손을 부여잡고 꼭 기도해 주십사고 간청하고 헤어졌다.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도 기도해 주겠다고 했다. 그냥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모두 진심으로 나의 건강을 걱정해 주시는 거다. 나는 이 여행을 ‘엠마누엘 여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여정이기에, 그분이 아니 계시면 나는 이 여정을 다 해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여행이지만 나의 열정만으로는 도저히 해낼 것 같지 않은 여행이었기에 내가 붙잡을 것이라고는 그분과 기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