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6

by 꿈돌

<2024.6.10. 출발!>

드디어 비행기를 탔다. 큰 배낭은 짐칸에 싣고, 작은 가방만 하나 메고 탔다. 앞으로 11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될 수 있으면 자지 말고 버티라는 남편의 충고가 있었다. 그러면 시차적응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ㅋ 그래서 안자고 버텼다. 영화를 두 편보고 그림도 그리고 주는 밥도 다 잘 받아먹었다. 비빔밥은 맛있었고 남은 고추장도 챙겼다. 화장실도 두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운동도 하고, 다리도 폈다 구부렸다 하면서 유연할 수 있도록 준비 운동을 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있으면 내 다리와 무릎은 가끔 움직이기를 거부할 때가 있기에 미리 달래준다고나 할까?

막상 비행기를 타니 나의 두려움은 멈추었다. 이젠 두려워하기엔 극복해야할 과제만 남은 것이다. 나는 또 적응하고 버티어야만 해서 일까. 아무 생각없이 먹고 싸고 자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우린 저녁나절에 밀라노에 도착해서 공항 근처의 숙소로 갔다. 공짜 셔틀도 있다는데 정류장이 어디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밖은 어둑어둑하고, 국제공항이라는데 나와 보니 그리 크지도 않은 공항으로 사람도 별로 없고 썰렁했다. 아무데나 다니다간 테러 영화(?)를 찍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 택시 정류장이 보이길래 얼른 택시를 탔다. 10분도 안 걸려 도착, 짐을 풀었다.


캄캄한 저녁하늘이 한국이나 밀라노나 별로 큰 차이가 없는 듯 해서인지,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걸으러 타국까지 이리 멀리 날아왔다는 게 그리 실감나지 않았다. 단지 무사히 첫 숙소를 찾아 왔다는게 다행스럽고, 비행기를 그리 오래 타고 왔는데 후유증이 심하지 않은 것 같아 그것도 다행스러웠다.

게다가 뜬금없이 비행기를 볼 때 마다 참말로 인간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큰 쇳덩어리를 들어 올려 하늘을 날게 하다니 말이다. 별로 흔들림도 없이 부웅~~ 떠서 왔지만 땅 위에 단단히 놓여있는 침대에서 자는 게 훨씬 편하고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남편의 충고를 잘 따른 덕택에 비염 약 하나 먹고 바로 잠 들 수 있었다. 자면서 묵주기도를 했다. 무사히 잘 도착할 수 있게 해주신 감사의 기도. 하지만 1단도 끝나기 전에 바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