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7

by 꿈돌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기>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가만히 보니 언니야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해서 어젯밤에 하다만 묵주 기도를 마쳤다. 오늘도 함께 하셔서 무사한 하루가 되기를...... 무사하지 못할까봐 불안해 하는 나의 두려움을 반영한 기도다. 나의 두려움은 정확한 근거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나를 괴롭힌다. 아플까봐, 다칠까봐, 사고날까봐, 끝까지 해내지 못할까봐, 그래서 비웃음을 당할까봐, 뭘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될까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길까봐, 내가 할 수 없을 텐데, 나를 좋아하지 않을 텐데, 등등......, 벼라별 끝도 없는 두려움의 리스트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알 수 없는 미래는 늘 나를 불안하게 한다. 이런 불안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나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고, 나의 몸을 경직시켜 하던 일을 더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님, 어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감사와 믿음의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 내 앞에는 감당해야할 오늘만이 있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로 가서 두려워하기 보다는 지금 여기서 한발자국을 떼는 일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알고 보니 언니야도 묵주 기도 하느라 가만히 누워 있었단다.

오늘은 밀라노에서 리용, 리용에서 르퓌로 가야 한다. 리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는 공항으로 갔다. 외국에서의 공항이란 내게 늘 불안함이다. 앞서서 씩씩하게 걷는 언니야의 뒷모습을 보며 나역시 호기롭게 따라간다. 비행기의 좌석이 오른쪽에 한 줄, 왼쪽에 한 줄, 두 줄 뿐인 아주 작은 비행기다. 이렇게 작은 비행기는 처음 봤다. 조종석에 조종사도 한 분 뿐이고 손님도 한 사람 뿐이었다. 스튜어디스도 없고, 우리까지 다 합쳐서 세 사람. 너무 작아서 안전할까? 하는 생각을 언뜻 했지만 이제 어쩌겠는가, 비행기는 출발했는데. 게다가 이 작은 비행기는 알프스를 넘어 가는 거다. 창밖을 보니 작은 비행기라 고도가 높지 않아서 인지 비행기 바로 아래 눈에 덮힌 알프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구름 바로 위를 나르는 비행기 덕에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얀 알프스가 너무도 아름답다.

'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면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아.'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리용에 도착했다.


리용에서 르퓌까지는 기차를 타고 간단다. 기차역을 찾아가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지만 언니야가 조사를 잘 해 와서 어렵지 않게 잘 찾아 탔다. 기차 안에서 간식을 먹는데 입에 뭔가가 들어가면 마음에 뭔가 평온함이 깃든다. 먹는다는 것은 행위 자체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음식을 씹고 삼키면서 긴장했던 오장육부가 숨을 크게 쉬며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다. 아기들이 배부르면 편안해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언니야는 이런 나를 아는 듯이 틈만 나면 먹을 것을 내민다. 서울에선 먹어보지 못한 납작 복숭아가 어찌나 맛있는지 그 향기에 홀려 기차 여행이 즐겁다.

드디어 르퓌 도착.



왼쪽이 언니야, 오른 쪽이 나

르퓌에 있는 숙소는 아주 작았지만 잘 꾸며진 단독이었다. 주인도 없고, 다행히 다른 손님도 없어 우리만 머물렀다. 짐을 풀고 장을 보러 갔다. 이국적인 마을에서 장을 보는 우리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과일 몇 가지와 고기, 로메인(상추와 배추의 중간인 채소)과 쌀을 샀다. 고기를 굽고 밥을 해서 고추장을 찍어 쌈을 싸 먹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린 동영상을 찍어가며 재미나게 저녁을 먹었다. 어차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난 들 한치 앞을 모르는 우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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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물렀던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