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 2

by 꿈돌


<버킷 리스트는 살아있는 사람의 소망이다.>


하루를 살아도 살아있어야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살아 있어야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거 아닌가 말이다. 그 당시 나의 삶은 이미 끝난 것 같았다. 두 다리는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고, 바닥에 있는 물건을 짚기 위해 몸을 구부리는 것도 어마무시하게 힘들었다. ‘아이구구야..... ’ ‘끙~~ ’ ‘에휴’ 등등 오만가지 소리를 다 내거나, 아예 구부리지 않고 발로 물건을 밀고 다녔다. 점점 운신을 하기가 힘들어지니 이제 남은 일은 몸져누워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 밖에 더 있을까. 죽음보다 더 어두운 날들이 이어지는 삶이었기에 무언가를 소망한다는 것 자체가 그 무거운 삶을 더 무겁게 만들 까봐 아무것도 소망하지 못했다. 다만 앞으로 주어지는 이 무겁디 무거운 날들을 내가 버티어 나갈 수 있을까..... 그저 막막하고 막막할 따름이었다.

예약한 날이 되어 병원을 갔다. 젊은 여의사는 조심스럽게 내 몸을 진찰했다. 고개를 꺄우뚱 거리며 한 동작을 계속 반복시켰다. 또 다른 동작을 시켜보고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망치로 무릎을 두드리기도 하고, 몇 가지 동작을 더 시켜보더니, 아무래도 엠알아이를 찍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다시 늦은 저녁시간으로 시간을 잡아 엠알아이를 찍으러 갔다. 기다랗고 좁은 통속으로 들어가 ‘윙~~’ 하는 기계음을 한 시간을 들으며 누워있는데, 관속에 들어가 눕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몹시 불편하고 우울했지만 ‘죽기도 할라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엠알아이를 찍고, 한 주 후에 결과를 들으러 갔다. 신경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결과는 신경외과로 가서 들으란다. 편안하고 싹싹해 보이는 중년의 의사는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목 디스크입니다.’ 하고 말했다. 컴퓨터 화면에 찍힌 내 목뼈와 긴 등뼈를 보여주며, 타고나길 조심해야 할 척추라나 뭐라나. 신경이 눌려 다리에 마비가 온 거라며, 신경이 죽기 전에 얼른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 죽는 거 아니었어?’

무슨 이런 일이..... 마치 죽어야 하는데 살려놓은 것 같은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다시 일주일 후로 수술 날이 잡히고, 나는 수술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불길한 일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류에 서명을 했다. 그 와중에도 부러진 발목을 수술할 때 박은 철심을 뺄 때가 되었으니, 함께 수술해 달라는 신청까지 넣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다시 눈물이 났다.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와 펑펑 울었다. 어떤 사람은 평생 맹장 수술도 한 번 안 하고 살아가는데, 나는 이십 대 후반부터 허리 디스크 수술에, 삼십 대엔 자궁과 나팔관, 난소까지 다 드러내는 수술을 하고, 것도 모자라 화상을 입어 수술을 하더니, 발목에 철심을 9개를 박고, 이젠 다시 목디스크 수술을 하는구나. 도대체 몸에 칼을 몇 번이나 대는 거야, 생사의 갈림길을 몇 번이나 오락가락해야 되는 거냐고. 걷잡을 수 없이 북받쳐 울고 있으니, 신경외과 의사와 발목의 철심을 빼러 온 정형외과 의사가 함께 뛰어왔다. 신경외과 의사가 나를 달래며 말했다.

“이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에요. 그리고 수술만 하면 그냥 고쳐져요. 암이나 다른 병처럼 오래 치료할 필요도 없다고요. 나도 했는걸요. 보세요. “

그는 자기 목을 길게 늘여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가 입은 수술복과 머리에 쓴 두건 아래에 있는 그의 얼굴이 수술실 앞 천정의 불빛을 받아 빛이 났다. 나도 이제 이 사람처럼 살아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건가?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던 것이겠지. 나는 의사가 내미는 주사든 손에 내 팔을 내어주고는 비로소 살고 싶다는 어렴풋한 희망을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