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 30
<먼지 낀 도랑 >
7/4 목요일
엊저녁 11시 못되어서 잠든 것 같은데 언니야가 깨워서 일어나보니 6시 50분이다. 7시에 아침식사인데..... 얼른 이 닦고 눈꼽만 떼고는 부랴부랴 내려가 식사를 마쳤다. 벌써 배낭을 메고 걷기 위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방으로 올라와 짐을 싼다. 부시럭부시럭 대며 커다란 배낭에 옷이나 물품이 들어있는 여러 개의 비닐봉지를 차곡차곡 집어넣는다. 품목 별로 비닐봉지에 물품을 넣어야 잘 찾을 수 있고, 비가와도 젖거나 눅눅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하도 넣었다 뺐다를 해서인지 짐 싸는 건 선수다.
거의 한달을 이리 적은 물건만으로도 살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나마도 불필요한것은 중간에 도로 집으로 부치기도하고 버리기도 하였다. 정말 우린 너무 많은 물건을 갖고 사는거다.
오늘 가야하는 라하르보르다 (Larradeborda)까지는 14킬로미터. 아침엔 쌀쌀한 듯해도 조금 걷다보면 더워진다. 8키로 쯤 가니 꽤큰 마을이 있어 빵집을 찾았다. 치즈를 파는 집이 먼저 보인다. 들어가 치즈를 하나 사고는 빵집의 위치를 물으니 오늘은 빵집이 문 닫았단다. 참 나~~ 그럼 빵 살만 한데가 없냐니까 약국 뒤로 가보면 한군데 더 있다는 거다. 다시 길을 돌아 나와 헤매다보니 빵집이 있다!! 그곳은 빵만 파는 게 아니라 약간의 식료품도 같이 파는 곳이었다. 이 웬 횡재냐~ 우린 병에 담긴 피클을 하나 사서 물을 빼 달라 한 뒤 지퍼백을 꺼내 피클만 담았다. 그래야 들고다니기 편하고 가볍기 때문이다. 바게트 빵도 사고 버터도 사고 물도 더 샀다. 어찌나 흐뭇한지 안 먹어도 배부른 듯하다.
기분 좋게 다시 한참을 걷다가 우린 어느 농가의 낮고 그늘진 담벼락에 깔개를 펴고 앉았다. 바게트에 치즈며 버터며 떡칠을 하고는 피클과 함께 점심 식사를 마쳤다. 피클 하나만 더 들어갔는데도 어찌 이리 맛있는지.
이어지는 푸른 목초지는 햇살아래 평화롭고, 든든한 점심을 먹은 우리도 평화롭게 걸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나무와 풀들의 비옥한 땅과 좋은 기후는 서로 차지하려고 전쟁을 할만도 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제 목적지까지 2키로 남았다. 이때가 사실 제일 힘들다. 긴장이 풀리면서 시간이 느리게 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걷는데 발바닥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쉬자고 하자니 30분이면 이 길이 끝날 텐데 ‘그냥 참자.’ 하고 걷는다. 그때 언니야가 말했다. “이런데서 발 담그는 거야.”
“엥?”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차도 밑에 그 밑을 흐르는 먼지에 뒤덮힌 조그만 도랑이 있다.
“싫어! 더럽잖아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송사리가 있잖아, 안보여?”
자세히 보니 지나가는 차들로 인한 먼지가 누렇게 쌓인 풀과 잎사귀 사이로 흐르는 물에 송사리인지 피래미인지 노닐고 있다. 하수도는 아닌가 보다.
“어 어... ” 망설이는 내게 “빨리 깔개 깔아~~” 웃으며 언니야가 말한다.
도랑가는 딱 두 사람이 앉을 만했고 맨발을 물에 담그니 이리 시원할 수가!! 한참을 앉아 땀을 식히고 일어났다. 발도 시원해지니 얼마든지 또 걷는다.
'그래,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거야. 아무렴, 그렇고 말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 사람 좋아 보이는 여주인장이 활짝 웃으며 맞이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