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세상사는 인과와 정반합의 원리가 결합된 뫼비우스의 띠가 아닌가 합니다. 개개의 선택의 결과인 인과의 고리들이 하나 둘 연결되어 만들어진 사슬은 정반합을 이루며 나아갑니다. 개인의 삶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까지, 그리고 세계사의 흐름도 그러합니다.
인과와 정반합의 바탕엔 인간의 이성이 작동합니다. 더 나아지려고 하는 힘과 의지이지요. 처음엔 정이었던 것이 과하고 넘쳐서 극에 달하면 반이 됩니다. 역시 인간의 이성이 작동하여 방향을 트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과 반이 모여 합으로 나아갑니다.
한 예를 들어볼까요. 미술은 그리스에서 인간에 천착해 헬레니즘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로마에서 신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인간이 중심이 된 르네상스로 돌아갑니다. 또한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인상주의는 대상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사진 기술의 등장에 반하여 눈에 보이는 사실 그 이상 즉 인상을 포착한 사조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모이고 모여서 미술은 발전해 왔습니다.
한반도의 역사는 어떻습니까. 왕정시대, 국가는 창업, 수성, 경장, 쇠퇴의 흐름을 띱니다. 그러한 왕정 국가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지다가, 왕정이 반이 되고 공화정이 정이 되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습니다. 물론 그 정반합의 사슬을 이룬 인과의 고리 중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도 들어있습니다.
그간 우리는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네 마리의 용,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타이틀을 반세기 만에 손에 쥔 대한민국.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이 수직에 가까운 정의 치솟음 끝에서 우리는 당황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 최고 속도의 노령화, OECD 자살률 1위, 교육의 붕괴, 교권의 추락, 그리고 지금껏 나타난 적 없었던 반사회적 강력범죄들까지.
이것들은 바로 반의 얼굴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급진적 발전과 변화, 그 안에서 뒤처지고 뒤틀리고 뒤엎어진 것들이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쏟아낸 울부짖음입니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은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장통이라고. 이 과정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면 성장 능력과 함께 위기 대처 능력까지 갖춘 최강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어떤 식으로든 정반합은 성립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인과의 고리를 만들고, 그 고리들이 모여서 정반합의 사슬을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성입니다. 바로 지금이 정과 반을 모아 합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 타이밍입니다.
앞서 뫼비우스의 띠를 언급했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관점에서 했던 이야기인데, 바라기는 그 뫼비우스의 띠가 끊어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수직에 가까운 우상향으로 치솟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