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미니멀라이프
이사 온 지 이제 2년이 넘어간다.
사실 이곳으로 이사를 계획할 때는 짧으면 1년 길면 2년 정도 머물 생각이었다.
그래서 중문도 하지 않았다. 집은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 그리고 '어차피' 곧 이사 갈 집이라는 이유를 핑계로 화장실 옆방은 거의 창고 수준이었고, 아이 방도 아이 어릴 적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차피 (於此彼)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또는 이렇게 되든지 저렇게 되는지.
'어차피'라는 말은 실로 나에게는 마법 같은 말이었다.
뭔가를 해보려 하다가도 '어차피'라는 말은 안도감과 무기력함을 동시에 내게 데려왔다.
집을 청소하는 일에만 국한돼 있었던 건 아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 귀찮은 일에 적용되는 마법의 단어였다.
사춘기 시절 할머니가 방을 치워주시면 일주일이 못 가 엉망이 되던 내 방 앞에서 할머니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방을 좀 치워라. 도깨비 나오겠다. 주변이 정돈돼야 생각도 정돈되지'
'어차피 또 더러워져요. 나중에 대학 가면 방 옮기면서 치울 거야'
'세상에.. 어차피 먹으면 화장실 갈 텐데 밥은 왜 먹고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사니.. 당장 치워!'
고질적으로 자주 애용하던 어차피의 마법과 단숨에 이별을 고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답게 미니멀을 향해가는 삶의 여정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매일 20-30분씩 정리를 하다 보면 지금의 나라면 절대로 사지 않았을 물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나의 선택의 역사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미니멀 아니 주변을 정돈하는 일은 예전의 나에게서 벗어나 지금의 나로 돌아오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나는 오늘도 오늘의 나를 마주하기 위해 나답게 미니멀!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