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사만다 놀이할까?

너의 찰나

by 마이아사우라


‘엄마 우리 사만다 놀이할까?


평소에 TV를 보지 않는 아이는 한 달에 한두 번 본가에 가면 SBS에서 창사 특집으로 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 ‘라이프 오브 사만다’를 보곤 한다.

온 가족이 함께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에 사는 엄마 치타 사만다와 세 마리의 새끼 이야기를 지켜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이 덕분에 나도 여러 번 보아 사만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행여나 내 주변에서 치타가 떠오르는 무언가를 발견할 때면 사만다와 그의 새끼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니까 말이다.


놀랍게도, (동물에 관심이 없는 나는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 덕에 동물들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늘 놀란다.) 암컷 치타들은 싱글맘으로 새끼들을 혼자 키운다. 사냥 성공률도 매우 낮을뿐더러 성공을 하더라도 새끼들을 먼저 먹이기에 바쁘다. 새끼들이 먹는 동안 혹여나 하이에나가 오지는 않을지 긴장하면서 말이다. (치타 모성애에 눈물을 글썽이며 봤다.) 반면에 수컷 치타들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면서 사냥 또한 환상의 팀워크를 뽐낸다. (그들은 호의호식하며 살아간다.)



‘엄마, 치타들은 왜 가족이 다 같이 안 살아?’

‘동물들마다 삶의 방식이 있잖아. 우리가 감동받았던 아빠 펭귄의 삶이 있는가 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아 빠 치타들의 모습도 있는 거야. 동물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거 아닐까?’

‘엄마 근데 나는 아빠 치타가 되면 엄마치타랑 아기 치타들이랑 같이 살 거야’

‘할머니치타랑 할아버지치타도 같이 살면 안 돼? 너 아빠 되면 엄마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니까 '

‘좋아 엄마! 다 같이 살자! 사냥하고 오는 동안 아기 치타들을 하이에나에게서 잘 지키고 있어’

‘ㅎㅎㅎ 넵!’






삶의 방식-

동물들은 저마다 고유한 삶의 방식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삶의 방식은 고스란히 그들의 새끼에게 전달된다.

나의 삶의 방식도 날마다 아이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 내가 자주 짓는 표정, 나의 언어들…… 놀라우리만큼 아이는 나를 닮아가고 있다. 물론, 아이는 커가면서 나름의 새로운 세계가 생기고 아이만의 것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문득문득 아이의 삶 속에서는 나와 남편의 모습이 스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이가 아이만의 것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그 기초공사는 나와 남편의 몫이었으니까.



삶의 방식들을 리모델링 하고 있는 중이다. 기초공사가 부실한 곳은 좀 더 튼튼하게 재질도 바꿔보고, 빛이 바랜 곳은 새로운 색도 입혀준다. 구식이라고 느껴지지만 나름의 향기를 지닌 것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그대로 둔다(예를 들면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나의 감성 같은 것들……)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많지만 완벽이라는 것은 없다. 나름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가도 꼭 하자가 발견된다. 그러나 괜찮다. 살면서 또 고쳐나가면 되니까.

삶의 리모델링은 돈이 들지 않고(의지가 필요하고), 시도 때도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다는(유지하기는 어렵다) 특별한 장점(특이사항)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맘껏 해보자는 심산이다. (될 때까지 도전해보자는 오뚝이 정신이다)



요즘엔 몸으로 놀아주는 일에 영 소질이 없다고 단정 지었던 나를 리모델링 하는 중이다. 리얼한 연기로 공룡시대의 공룡이 살아 돌아온 듯한 울부짖음. 스밀로돈으로 변한 아이가 사냥감을 찾아 헤매면 날렵하게 도망 다니는 초식동물의 간절함. 타조들의 합동 댄스까지- (공주 역할보다 재능이 있다고 느껴지는 티라노사우루스 역할)


‘엄마 사만다 놀이하자~~’

새끼 치타들을 지켜내는 할머니치타 역할부터 아빠 치타를 공격해오는 사자 역할까지 리모델링 되어가는 내가 빛을 발할 시간이다.

그리고 잊지 않는다.

사만다의 새끼들이 사만다의 모성을 닮아 치타의 세계를 이어간다는 것을 -


P.S 삶의 방식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가웠다. 여전히 반갑다. 통한다는 느낌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묘한 위안을 주니까. 그러나 요즘은 삶의 방식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쿵쾅쿵쾅 가슴이 뛴다.


#테리지노가 사는 집 마이아사우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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