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종교마냥 ‘부자되기’에 미친 이 나라에서도 가난이 도리어 훈장이 되는 분야가 있다. 노동운동과 힙합이다. 이들에게 궁핍은 스웩이 된다.
힙합에서의 덕목은 얼마나 비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았느냐다. 아이러니하게도 힙합씬을 주름잡는 이들은 중산층 혹은 그 이상의 출신 성분들이 상당하다.
가난을 대표하는 음악이 정작 미국 교포나 유학파 출신이 비일비재한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미국은 원조답게 진짜 힙합 정신에 가깝다.
우리 대부분이 학창 시절을 야간자율학습과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양순한 찐따처럼 보내는 동안 태평양 너머 그들은 할렘가에서 실제로 총질하며 죽어 나가는 전쟁터를 겪었다.
마약과 섹스, 천민 자본주의의 상징 돈 자랑은 덤이다. 우리가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극단적인 절박함이 미국 힙합에서 가득 묻어나는 까닭이다.
일개 집단이나 장르가 아니라 아예 국가적 차원에서 가난의 출신 성분을 훈장시하는 나라가 있는데 다름 아닌 휴전선 이북에 있는 기괴한 나라다.
이들은 더 나아가 한때 단지 가진 것이 많다는 이유로 부르주아로 몰며 애꿏은 지주들을 떼로 학살한 천인공노할 전과가 있다. 사실 스웩을 따지자면 북한 꽃제비들이 제격일 것이다.
극단적 기아와 총살의 위협, 맨몸으로 강을 건넌 일화까지 너무나 전설적이지 않나? 나는 탈북자 출신 힙합 가수가 없다는 게 희한할 정도로 신기할 지경이다.
미국의 불우한 힙합퍼에 유일하게 대등하게 비빌만한, 어쩌면 그 이상의 엄청난 서사를 갖고 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요덕수용소> 경험을 주제로 힙합 앨범만 만들어도 아마 투팍의 전설 따위는 씹어먹고 남을 것이다.
<요덕스토리>처럼 어설프게 뮤지컬에 도전하지 말고 차라리 힙합에 도전하는 게 낫지 않을까? 들어가는 제작 비용도 훨씬 저렴할텐데.